부부 금슬의 상징인 원앙이 아시아가 아닌 뉴욕을 흔들었습니다.

11월 중순, 아시아원앙 한마리가 미국 센트럴파크에 깜짝 등장해 뉴요커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시아원앙은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와 일부 유럽에서 서식하는 오리과에 속하는 물새입니다. 우리나라는 천연기념물 제 327호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날 때는 매처럼 날카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오리처럼 우아하고 평화로운 새입니다.

뉴요커들은 망원경과 대포카메라까지 동원해 몰려들었지요.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희귀종인데다 부부 금슬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시쳇말로 ‘대박사건’이라서 뉴요커들은 한 컷이라도 담으려고 난리였습니다.

아시아원앙은 통통한 몸집에 예쁜 생김새, 형형색색의 화려한 깃털이 가장 매력입니다.

이 원앙이 센트럴파크에 어떻게 나타났는지 정확하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어디선가 탈출했거나 잘못 날아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뉴요커들의 사랑받고 듬뿍 받고 있는 아시아원앙. K-POP열풍에 이어 동물 한류의 신호탄일까요.

창경궁 춘당지에서 마음껏 놀고 있는 아시아원앙이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물을 차고 날아오르는 모습이나 자신의 몸으로 물수제비를 뜨는 모습은 가히 장관입니다.

원앙은 예로부터 부부가 같이 살다가 한 마리가 먼저 죽으면 따라 죽을 만큼 금슬이 좋은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혼례식에는 반드시 나무로 만든 원앙새가 등장합니다. 원앙이 부부금슬의 상징이 된 건 고사성어 원앙지계(鴛鴦之契)에서 유래되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원앙지계는 중국의 ‘수신기’ 한빙부부(韓憑夫婦)에 나오는 말입니다.

전국시대 송나라 강왕의 신하 가운데 한빙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빼어난 미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유달리 부부간의 정이 깊었습니다. 강왕은 한빙의 아내를 보고 반해 권력으로 그녀를 빼앗았고, 한빙이 원망하자 강왕은 한빙을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한빙의 아내는 감옥에 있는 한빙에게 몰래 편지를 썼습니다. 몹시도 그립지만 왕래할 수 없어 죽을 결심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빙의 아내는 강왕과 누대에 올라 경치를 구경하다가 갑자기 몸을 던져 죽고 말았습니다.

시신을 한빙과 합장해 달라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그러나 화가 난 강왕은 합장이 아닌,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 묘를 쓰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하룻밤 사이에 아주 커다란 나무가 두 묘 끝에서 자라나더니 뿌리가 서로 엉겨 붙더니 결국엔 나뭇가지들이 서로에게 얽혔습니다. 각각 나무 위에는 암수 원앙 한 쌍이 집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구슬피 울어, 듣는 이의 가슴을 저리게 했다고 합니다.

이를 보고 송나라 사람들은 원앙이 한빙부부의 영혼이라고 여겼고 그 나무를 가리켜 서로 마주본다는 뜻으로 ‘상사수’라고 불렀습니다. 남녀의 애타는 사랑을 ‘상사’라고 하는 것도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OECD 국가 중 9위, 아시아에서는 1위입니다. 원앙이 품고 있는 소중한 의미가 무색해지는 대목입니다.

얼마 전에 전 부인을 살해한 아버지를 엄벌해달라며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을 올려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끔찍한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이혼소송이 진행되는 중에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정 폭력, 부부 폭행, 이혼 등이 심각한 수준에 달했습니다.

정부도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습니다. 여성가족부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는 27일 가정폭력에 대해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하고 접근금지명령을 어기면 징역형까지의 형사처벌을 받은 '가정폭력 방지대책'까지 발표했습니다.

애끓는 부부의 금슬을 안고 태어난 원앙의 날갯짓이 우리 사회에 사랑과 화목, 평온의 메시지로 널리 전파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원앙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우린 다툼이나 폭력, 이혼은 몰라요"

사진=정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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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연 / 객원기자 Photographer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창의적체험교과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도봉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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