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는 인사가 한창이다. GS칼텍스 LS그룹 코오롱그룹 LG그룹 등에서 여성임원 선임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삼성화재는 첫 고졸출신 여성임원을 배출했다. 반가운 일이다.

이런 가운데 2017년 기준 우리나라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3.0%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년보다 0.3%p 상승한 초라한 성적표다.

500대 기업 중 65.6%인 328곳은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의 여성임원 평균비율 21.8%와도 거리가 멀다.

세계에서 기업의 여성 임원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기업의 여성의무할당제를 권고에서 쿼터제로 바꿔 7%에 불과하던 여성임원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기업의 법적 의무가 빛을 발한 덕분이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은 일본이다. 아베 정권은 여성임원 할당 목표를 10%로 정하고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사회 곳곳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스포츠나 문화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스타들이 탄생해 국민들에게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왜 기업은 여성들을 푸대접하는 걸까.

여성은 언어구사능력과 기억력이 뛰어나고 육감과 직감이 탁월한 감수성을 지녔다. 예술적 소양 또한 월등하게 풍부하다. 이는 남성들과 뇌구조의 차이에서 오는 우월함이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여성들은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유연함과 감수성, 창의력, 대외협상력, 소통력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리더십을 창조하고 있다. 기술 융합을 중요시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토탈마인드로 무장한 여성이야말로 꼭 필요한 인재로 꼽힌다.

반면에 직장 가사 육아와 같은 3중고에 시달리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늘 숙제다.

여성들이 성별의 차별 없이 공평하고 공정하게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관문으로 고시와 공무원 시험을 꼽는다. 합격하는데 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시를 준비하는 여성이 많은 이유다.

예전에는 고시 합격자 명단에서 여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1951년 고등고시 사법 과에서 첫 여성 합격자가 나온 이래, 행정고시에서 1973년 첫 여성합격자를 배출했고 외무고시는 1991년까지만 해도 0~1명에 그쳤다. 이후 여성 합격자는 꾸준히 늘어 특히 올해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 중 여성의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올해만 둘러봐도 여성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제7차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남성은 56.66%, 여성이 43.34%로 집계됐다. 행정고시에서는 교육행정직 수석 합격자가 여성이었고, 여성합격자는 40.5%의 비율을 나타냈다. 외교관후보자 (일반외교)의 경우 합격자 37명 중 여성이 25명으로 67.6%를 차지했다.

공무원 사회도 ‘여풍’은 거세다. 서울시 여성 공무원 비율이 40% 달하고, 지난 14일 발표한 7-9급 공무원 공개경쟁 임용시험 합격자는 남성이 829명, 여성 1185명으로 여성 합격자가 더 많았다. 지난해 9급 지방공무원 공채시험에서는 여성 합격자가 무려 60.5%, 7급은 39.6%에 달했다.

이렇게 우수한 인재들이 대거 진출한 공무원 사회도 유리천장은 견고하다. 지난 7월 29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의 공무원 성별 현황’에 따르면 17개 광역 시-도의 5급 이상 간부 가운데 여성비율은 13.9%에 불과했다.

여성들이 ‘유리천장’을 뚫지 못하는 이유가 우리 사회의 편견과 기업의 문화에서 기인하다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로비와 접대에 치중하는 기업문화와 불투명한 의사결정, 우리 사회의 편견 등은 시대가 흘러도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아울러 남성 지배적 이사회 구조로 인해 인사권을 쥐고 있는 결정권자들이 남성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 현실은 유리천장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여성 간부의 확대에 참으로 인색한 우리 사회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고상한 남성은 여성의 충고에 따라 더욱 고상해진다”며 여성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가사와 육아는 이제 남성들도 함께 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기업문화도 변하고 있다. 2016년 9월 28일 시행된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영향으로 로비와 접대문화, 남성 중심의 기업문화도 점차 바뀌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도 여성임원의 선임은 의무 할당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유리천장이 무너지려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할 때 가능할 것이다. 정부 부처의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이나 청와대 비서실 등이 여성을 공개 채용하는 방안도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솔선수범을 보일 때다.

아울러 민간기업의 여성임원 의무 할당제는 꼭 필요하다. 노르웨이의 '33% 효과'를 거울 삼아야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우수한 여성 인재들이 특정 분야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제 역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손꼽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들이 바로 여성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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