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초겨울이면 잘 익은 감을 따서 지붕위에 얹혀놓고 한두 개씩 꺼내먹었습니다. 감은 홍시, 곶감 등으로 만들어져서 겨우내 더없이 좋은 영양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맛있던 감도 다 따지 않고 몇 개 쯤 남겨두어, 추운 겨울을 보낼 까치, 참새 등 날짐승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먹을 것이 그리 많지 않았던 어려웠던 시절에도 ‘까치밥’을 남길 만큼 우리 선인들은 넉넉한 인심을 잃지 않았습니다.

내 것을 줄여서 조금씩 나눈다는 것, 넉넉한 마음을 품지 않으면 어려운 선택입니다. 지금도 여전이 팍팍한 삶이지만 우리는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해마다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돈이 연간 12조원이나 된다고 합니다.

식당에서 여러 개의 반찬 중 대개 30% 이상은 그냥 남긴 채 버려지고 있습니다. 8,000원 짜리 식단이라면 2,400원이 그대로 버려지는 셈입니다.

음식폐기물환경연구원이 오는 2019년 1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음식쓰레기로 인한 국가손실 절감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자리에서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을 절감하는 방안으로 식당에서 1식 4찬 내지 5찬 생활화, 반찬 덜어먹기 생활화 운동과 정부가 이를 법제화해줄 것을 주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제라도 아끼고 절약해서 국가손실도 줄여야할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까치밥 하나로 너무 멀리까지 생각하는 것일까요? 아무리 힘들어도 지금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절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조금 남겨두는 까치밥을 잊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2018년 마지막 달력을 남긴 12월입니다. 한번쯤 어려운 이웃이 없는지 이때만이라도 잠시 살펴보는 넉넉한 마음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까치밥을 먹는 새들의 모습만 봐도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계절입니다.

정나연 / 객원기자 Photographer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창의적체험교과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도봉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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