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사진을 즐기는 사진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사진을 많이 찍다보면 자연스럽게 반영사진을 찍어보게 됩니다. 반영(反映 Reflecting)은 ‘물체에 비친 상’이라는 뜻으로 반영하고 있는 물체에 따라 같은 대상이라 하더라도 비치는 상의 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작가의 의도와 구도에 따라서 많은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것이 반영사진의 특징입니다. 반영사진은 피사체를 반영시키는 물체에 따라서 느낌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거울과 같이 표면이 매끄러운 물체에 반영이 된다면 그만큼 매끄럽고 선명하게 상이 맺힐 것입니다. 그러나 바람에 흔들리는 수면위에 물체가 반영된다면 심하게 왜곡된 형태의 반영을 찍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반영사진은 반영하는 물체의 외형을 완전히 다르게 왜곡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반영하는 물체의 성질과 작가의 의도에 따라서 조금씩 다른 독특한 상을 맺습니다.

반영사진은 일출이나 일몰사진처럼 작가의 인내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일출과 일몰은 일반적으로 냉기가 가득한 한겨울에 찍는 것이 좋습니다. 이유는 습도가 높아지면 태양의 모습이 왜곡되거나 선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열이나 물안개가 오르는 여름보다 겨울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반영사진도 맑고 습도가 없는, 한기 가득한 날에 찍으면 다소 유리합니다. 또한 바람 한 점 없는 날이면 당연히 더 반영이 잘되는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찰의 기운 덕이었을까요? 고창 선운사 도솔천의 반영사진을 찍으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맑고 쨍한 반영사진을 찍을 땐 기분이 좋습니다. 바람 불어 흔들린 반영사진을 찍게 되면 나도 모르게 마음부터 일그러집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마음이 맑으면 경쾌하고 좋은 일도 많이 생깁니다. 마음이 흐리면 늘 하던 일도 지루해집니다. 좋은 반영사진을 보고 있자면 마음의 수양은 수도자의 전유물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추위와 대적하면서 바람이 잦아들길 기다리는 인내심이 없으면 저절로 굴러오는 행복도 없다는 것을 반영사진은 말해주고 있는 듯도 합니다. 때로는 상대방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고 다소 물러나 그 사람의 반영된 모습을 보면서 에둘러 이해하려는 태도 역시 가끔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 정나연/ 객원기자 Photographer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창의적체험교과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도봉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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