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유난히 네가 그립다. 살을 파고 드는 칼바람 때문일까. 날이 추워지면 가난한 사람 더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 더 배 고프고, 아픈 사람 더 아프고, 외로운 사람 더 외롭고.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기억은 없어. 사람들이 네게 열광할 때 난 그다지 관심 없었어. 후배는 아주 시니컬했지. 네게 쓸 돈으로 5000원짜리 짜장면이나 사 먹자고. 그렇지만 난 너와 친해지고 싶었어. 외면하지 못할 일들이 있었거든. 어쩌면 널 이용하기로 한 거야.

열심히 쫓아다녔어. 그때마다 넌 더 멀어지는 거야. 기다림에 지쳐서 마음 접어야지 할 때쯤 푼돈 같은 사랑을 던지더군. 밀당을 하자는 건지. 이런 너를 버릴 수도 없었어. 널 포기하지 못한 이유는 분명했지. 언젠가는 사랑을 통째로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어.

참 네 얘기 좀 해볼까. 너도 한류스타를 꿈꿔봐. 세계인들이 엄청 좋아할걸. 글로벌 경기가 어렵잖아. 요즘 미국에서는 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새해부터 난리라네.

너를 두고 언젠가 친구랑 크게 다투었어. 너는 몰랐지만 그 친구와 우린 삼각관계였어. 이날은 심각했지. 둘이 언성을 높였어. 얼굴도 붉혔지. 너에 대한 애정보다는 본성을 드러낸 거야. 너를 붙잡고 서로 양보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어. 자칫하면 네가 크게 상처 입을 뻔했지. 그날 이후로 그 친구 앞에서 네 얘기는 절대 금지.

넌 항상 만인의 연인이라고 외쳐대지. 그렇다고 널 좋아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주는 것도 아니잖아. 희망고문인 거 알고 있니. 하긴 1년에 50명쯤은 간택하지. 완전 카사노바급이야. 나한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으면서. 코 묻은 5000원짜리 사랑 따위는 너나 가져. 너는 나 혼자 짝사랑한다고 생각할 테지. 정말 섭섭해. 그래도 너를 생각하면 많이 행복해. 1주일은 행복하고 자신감이 넘쳐.

너를 꼭 잡으려면 꿈을 꿔야 한다지. 난 늘 개꿈이야. 올해는 황금돼지해니까 꿈을 꾸면 자동으로 돼지꿈이 되는 건가.

갑자기 이상의 ‘이런 시’중 한 구절이 떠올라.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짝사랑도 좋아. 내 품에 꼭 한 번만 안겨줘. 난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거든. 힘든 사람들의 짐을 덜어주고 싶어. 허튼짓 안 할게. 비트코인 같은 건 난 몰라. 명품은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희망고문 풀어줄 거지. 부탁이야.

사실 어제 너무 좋은 꿈을 꿨어. 6개의 숫자가 선명하게 보인 것도 아니고 돼지가 나타난 것도 아니지만 복이 굴러들어오는 꿈이 틀림없었어.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기분이 날아갈 듯했지. 이번에는 꼭 너를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즐거운 고민에 빠졌지. 몇 시가 좋을까. 어느 가게가 좋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출근했어. 그런데 책상에 앉는 순간부터 너무 바빠 널 깜빡한 거야.

퇴근 시간 무렵에서야 떠올랐어. 서둘렀지. 그런데 널 만난다는 들뜬 마음에 이런저런 상상을 하느라 그냥 집으로 와버린 거야. 가게를 지나친 거지. 현관 문 여는 순간 아차 생각났어. 그래도 감사하며 뛰었지. 오늘을 넘기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 역시 오늘은 운발이 좋은 것 같아. 헐떡이며 고민했어. 수동이 좋을까 자동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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