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세계의 패션 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캐주얼 스타일이 유행인가 하면 제조에서 유통까지 직접 맡는 SPA 브랜드가 뜨고 있다. 올해는 옛 스타일을 재해석한 뉴트로가 전성시대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트로는 뉴(New)와 회상·추억 등을 뜻하는 레트로(Retro)의 합성어다.

우리나라에서는 애슬레저가 여전히 인기다. 애슬레저가 최근 일본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트라는 3일 일본 의류업계가 장기적인 불황을 보이는 가운데 애슬레저가 대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의 패션은 캐주얼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 패션업계도 ‘애슬레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대형 의류 브랜드뿐만 아니라 패션 관련 산업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애슬레저(athleisure)는 애슬레틱과 레저의 조어다.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 웨어를 말한다. 미국에서 유명인이나 셀레브리티층에서 비롯됐다. 특히 2000년경 요가 브랜드인 ‘룰루레몬’이 선보인 스타일이 기폭제가 됐다. 이후 나이키, 아디다스 등 대형 스포츠 브랜드뿐만 아니라 의류 브랜드가 진입하는 핫한 시장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주식회사 허스트 여성화보 엘르재팬 https://www.elle.com/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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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슬레저는 일본에서 말하는 ‘스포카지(스포츠 캐주얼)’와 거의 동일한 의미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대기업 의류 브랜드나 스포츠 브랜드는 물론, 화학 섬유 메이커나 작업복 SPA 등 타 업종에까지 트렌드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무려 8588억 엔(약 882조 원 2017년 소매 금액 기준)으로 추산된다. 2020년에는 8926억 엔(약 916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절반가량인 50.3%를 스포츠화가 차지하고, 스포츠 스타일의 캐주얼 어패럴은 전체 시장의 25% 정도다. 스포츠 브랜드인 스포츠 어패럴은 26.7%를 나타낸다.

어패럴 시장이 불황인데도 불구하고 애슬레저의 유행 조짐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고령화와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다. 고령화에 따른 건강지향과 2020년 도쿄 올림픽 등 세계적 스포츠 행사 등이 애슬레저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엔피디재팬이 발표한 국가별 애슬레저 시장 규모를 보면 한국은 2610억 엔, 일본은 한국의 33% 수준인 870억 엔으로 일본 애슬레저 시장은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애슬레저 시장 규모 추이 (단위: 10억 엔)]

자료=야노경제연구소
자료=야노경제연구소

수요 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의류업체 유니클로와 섬유업체 토레이와 테이진, 작업복 체인점 워크맨을 꼽을 수 있다.

‘유니클로’는 애슬레저 점포를 신설해 마네킹으로 보여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높이고 ‘토레이’와 ‘테이진’은 자사가 자랑하는 높은 기술력을 쏟아부어 고기능의 쾌적하고 세련된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워크맨’은 타 업종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보다 저가격으로 기능과의 밸런스를 잡은 상품을 시장에 투입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움직임을 주제로 한 새 점포 ‘유니클로 무브’를 2017년 3월 오픈했다. ‘스포츠 웨어와 캐주얼웨어의 융합’을 콘셉트로 스포츠 웨어를 중심으로 청바지나 티셔츠 등을 갖춘 점포다. 기존의 유니클로 매장과 비슷하고 취급 상품도 기존과 다르지 않다. 다만 콘셉트를 추가해 기존상품으로 애슬레저복의 트렌드를 부각시키고 있다.

화학섬유 업체들도 애슬레저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토레이’와 ‘테이진’ 등 화학섬유 업체들은 다양한 기능성 섬유와 천의 생산기술이 높아 애슬레저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업체들은 신축성, 속건성, 방수성, 투습성, 정전기를 막는 도전성, 천연섬유 느낌 등의 뛰어난 기능성과 품질로 애슬레저 시장 요구에 부합하고 있다.

화학섬유의 최대 기업인 토레이는 2017년부터 3년간 섬유사업에 1000억 엔을 설비 투자하기로 했다. 의류용 기능성 섬유와 원단 생산량 확대에도 많은 부분 집중시킬 방침이다. 테이진도 애슬레저 의류용인 기능성 소재에 적극적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높은 기능성에 천연 소재의 질감을 더한 신소재 ‘델타 SLX’를 발표했다. 천의 느낌, 질감을 높여 타운웨어 시장의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작업복 판매 체인점 워크맨도 고기능·저가격을 무기로 애슬레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워크맨은 최근 일본 경기 회복과 건설 활황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9월 아웃도어와 스포츠 의류 판매 확대에 나섰다. 워크맨은 10만 벌 단위의 대량 생산으로 동일한 성능을 가진 타 스포츠 브랜드의 33%, 타 아웃도어 브랜드의 50%라는 저가격대를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의 애슬레저 시장의 성공여부는 관련 기업들이 애슬레저 수요를 얼마나 환기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일본에서 패션의류를 유통하는 리얼커머스사의 최한우 대표는 "일본 의류시장에서 가장 핫한 것은 애슬레저인 것은 확실하지만 애슬레저가 성장하는 중에도 패션계의 트렌드는 민감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주의깊게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세가와요시유키 코트라 도쿄무역관은 “한국은 일본의 3배 규모 애슬레저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시장에서 통했던 아이템 등은 일본 시장에서도 그 가능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본 애슬레저 분야의 변화하는 트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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