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아이바조프스키가 일생을 통해 그린 바다는 다양하고 다채롭다.

바다가 가질 수 있는 수만 가지 표정을 각각의 도화지에 멋들어지게 그려낸다. 울부짖고 때론 평온하며 맑은가 싶다가도 우르르 쾅쾅 폭풍우 친다. 꼭 우리네 인생사 같다.

아이바조프스키의 바다 그림은 감히 세계 최고 중의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자신의 머릿속에서 숨 쉬는 수많은 바다를 이차원의 화폭에 고스란히 그려낸다. 그리고 폭우 속에 흔들리는 난파선을 그리면서도 희망이란 메시지를 절대 놓치지 않는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무지개를 그려 곧 폭풍우가 잠잠해질 것을 말해주며 갈매기의 유유 자적하는 모습을 새겨 육지가 가까이 있음을 말해주니 한 장의 그림으로 인생의 모든 진리를 깨닫게 된다.

폭풍우 치는 망망대해에 난파당한 배를 그리면서도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그려 곧 하늘이 맑아질 것을 기대하게 한다. 절대 불변의 법칙인 자연의 섭리는 고난 속에 늘 함께 하는 희망과도 같은 거다.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삶을 지탱해 나가는 것은 고난 속에 존재하는 희망 때문 아닌가? 자연은 거짓이 없다 늘 진실되다. 절망이 발목을 잡더라도 희망이라는 친구가 날 일으키는 이 중요한 진리를 아이바조프스키 그림을 보며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긴다.

'무지개' 1873년, 이반 아이바조프스키(1817-1900), 캔버스에 유채, 102х1,325cm,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무지개' 1873년, 이반 아이바조프스키(1817-1900), 캔버스에 유채, 102х1,325cm,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무지개는 희망이다. 배가 난파를 당해 구명선에 몸을 싣고 폭풍우를 헤쳐나가고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작은 배에 의지한 그들이 생과 사를 오가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위태로운 현실 앞에 가슴이 졸여진다.

하지만 그들은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 날 것이다. 멀리 무지개가 보이는 것은 성난 파도가 잠잠해지고 바다의 평온이 찾아올 것을 암시하고 갈매기가 나는 것은 가까운 곳에 육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그들에게 생이 다가와 있음을 알려주는 거다.

‘아홉 번째 파도’, 1850년, 이반 아이바조프스키(1817-1900), 캔버스에 유채, 221×332см. 러시아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아홉 번째 파도’, 1850년, 이반 아이바조프스키(1817-1900), 캔버스에 유채, 221×332см. 러시아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의 원동력은 삶에 대한 희망이다. 뱃사람에게 가장 사납고 무서운 것으로 알려진 아홉 번째 파도가 난파당한 그들을 덮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겨낼 수 있다. 저 멀리 보이는 태양을 의지하며 이 파도만 견뎌내면 온화하고 따뜻한 바다가 펼쳐질 것이고 유유히 나는 갈매기를 따라 가까이 있는 육지에 안착할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러하듯이 삶의 고비를 견뎌내면 더욱 성숙한 삶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아이바조프스키가 추구하는 진정한 자유의 삶, 희망의 삶은 우리 인생의 훌륭한 지표가 된다.

이반 아이바조프스키(1817-1900) 아르메니아인계 러시아 인 화가로, 크림 반도에서 생활하였고, 바다를 주로 그렸다. 주요 작품으로 <폭풍우 치는 바다의 배>( 1887년), <무지개>(1873년), <아홉 번째 파도> (1850년) 등이 있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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