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대학교 호수를 걷고 있는데 앉아 있는 친구들이 너무 예뻐서 다가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치앙마이 대학교 호수를 걷고 있는데 앉아 있는 친구들이 너무 예뻐서 다가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너희 친구인 것처럼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

운명처럼 찾아간 태국 방콕의 매력에 푹 빠진 나는 길을 나서지 않으면 방콕에 영원히 머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계 여행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태국 마사지 자격증을 위해 태국 치앙마이로 향했다.

치앙마이는 태국의 북부 지역에 있는 도시로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인들에게 한 달 살기로 유행을 하고 있는 곳인데 도착한 순간 단번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렴한 물가, 맛있는 음식,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취향 저격을 당할 예쁜 관광지들.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마사지 스쿨을 등록했다. 하루 코스부터 시작하는 마사지 수업은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나는 3일 단기 과정을 들었고, 수업은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다. (3일 코스 수강료는 한화 약 100,000원으로 방콕의 절반 가격이다.)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와 서로 마사지를 해주고, 선생님의 모델도 되기 때문에 무료로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와 함께 신체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그 후로 장거리 비행기를 타거나 피곤한 날이면 혼자 발 마사지를 해주고 있고, 부모님께서 내가 빨리 귀국 하기를 바라시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이유가 나의 버킷리스트가 된 이유 이기도 하다.

주나투어 버킷리스트 태국 마사지 자격증 취득. 저렴하게 단기간에 타이 마사지를 배울 수 있다. 지금도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셀프 발마사지를 한다.
주나투어 버킷리스트 태국 마사지 자격증 취득. 저렴하게 단기간에 타이 마사지를 배울 수 있다. 지금도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셀프 발마사지를 한다.

그날도 마사지 스쿨 수업을 듣고, 주말 마켓에 가는 길에 썽태우를 탔다. 썽태우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치앙마이에서 여행자들에게 굉장히 유용한 이동 수단이다. 멈춰있거나 지나가는 썽태우를 잡아타면서 목적지를 말하고, 내릴 때 20밧(한화 약 720원)을 내면 된다.

관광객들은 태국 말과 썽태우에 적혀있는 숫자 30을 보고 30밧부터 시작하는 줄 알고 얼마인지 물어 보고 타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물어보는 순간 관광객 티가 나서 썽태우 기사들이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이다. 숫자 30은 최대 가격이고 기본 20밧이다. (공항과 장거리는 제외.)

썽태우를 처음 탄 나는 마냥 신이 나서 앞에 앉아 있는 커플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남자가 친절하게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큰 실수를 했는지 깨달았다.

"지금 싸우던 와중에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줘?"

버스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타지만 택시처럼 각자의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썽태우 내부.
버스처럼 여러 사람이 함께 타지만 택시처럼 각자의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썽태우 내부.

"부탁하는데 어떻게 해."

"그렇다고 웃음이 나오냐?"

"그럼 뭐 울면서 찍어주니? 그리고 너는 꼭 말을 그렇게 해야 돼?"

"아 됐어. 다른 사람한테 말고 나한테 좀 친절하란 말이야."

"내가 언제 너한테 불친절했어? 넌 아까 카페 직원한테 왜 웃었는데?"

"내가 언제?"

"아까 아이스크림 시키면서 웃었잖아."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와? 그리고 그게 중요해?"

타이 쿠킹 클래스를 함께 들은 친구들과 썽태우 안에서.
타이 쿠킹 클래스를 함께 들은 친구들과 썽태우 안에서.

역시 사랑싸움은 중국이나 태국이나 한국이나 똑같구나. 남자친구 없어서 참 다행이다. 싸울 일도 없으니까. 그래, 역시 혼자가 좋지.

"아, 됐고!"

갑자기 남자가 여자 손을 잡는다.

"나 이럴 기분 아니야. 놔."

"내가 미안해. 그냥 잡고 있어!"

"이렇게 풀릴 일이 아니라고."

"어디 남자친구 말을 안 들어? 놓지 마."

"아 진짜 싫다고..."

'싫다면서 왜 안 놓는 건데?'

여자 손을 터프하게 잡은 남자는 놓지 않는다. 그리고 말로는 거부했지만 손을 놓지 않는 여자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여자 몰래 씨익 웃는다.

역시 사랑은 중국에도 태국에도 한국에도 있구나. 이름도 나이도 알 수 없는 내 남자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그래, 역시 언젠가는 만나겠지.

아! 태국 치앙마이 썽태우 안에서 사랑싸움을 하던 커플은 중국인이었고, 그걸 지켜본 건 나(한국인)였고, 사실 그 한국인(나)은 중국 말을 못 한다고 한다.

어차피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거 아닌가? 가난과 사랑과 재채기는 숨기지 못한다. 가난한 여행자는 그들을 보니 감기에 걸려 재채기를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치앙마이는 영상 30도.

마켓이 발달한 치앙마이의 저렴한 물건들. 치앙마이 한달살기가 유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물가 때문이 아닐까?
마켓이 발달한 치앙마이의 저렴한 물건들. 치앙마이 한달살기가 유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물가 때문이 아닐까?

아주 건강하게 주말 마켓에 가서 혼자여도 외롭지 않은 치앙마이의 하루를 즐겼다. 치앙마이에는 다양한 마켓이 열리는데 특히 주말 마켓은 치앙마이를 꼭 주말에 방문해야 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한 매력이 있다. (일요일 마켓이 조금 더 저렴하다.) 길거리 예술가들의 음악,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하지만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맛있는 태국 음식과 태국 마사지, 그리고 아기자기한 기념품까지.

가장 인상이 깊었던 건 오후 6시가 되어 태국 국가가 울려 퍼지면 갑자기 모든 사람이 발걸음을 멈추고 나라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모습이다. 태국의 모든 공공장소에서는 오후 6시에 국가가 울려 퍼진다고 하는데 유명한 마켓인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마치 도시가 멈춘 듯한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 치앙마이에서 뜨고 있는 예술가의 마을 반캉왓.
요즘 치앙마이에서 뜨고 있는 예술가의 마을 반캉왓.

혼자 길을 나서 버킷리스트를 위해 마사지 수업을 듣고, 썽태우를 타고, 마켓에서 치앙마이를 느낀 하루. 혼자 하는 여행의 매력은 모든 선택권이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내가 먹고 싶은 걸 먹고,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내가 멈추고 싶으면 멈추면 된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를 위한 시간.

나는 여행을 하면서 여행을 왜 떠났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 떠났어. 내가 어떠한 생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종일 어떠한 선택을 하는지 알아가고 있거든. 너도 떠나보면 너를 알게 될 거야.”

▲김준아

- 연극배우

- 이연컴퍼니 제작PD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치앙마이 앨범

도이수텝, 몬쨈, 치앙마이 게이트는 치앙마이의 대표적인 여행 명소다.

도이수텝
몬쨈
치앙마이 게이트
치앙마이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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