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인슈어테크 보험 시대가 온다. 이르면 하반기에 인슈어테크(InsurTech) 손해보험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인슈어테크는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빅데이터 · AI 등 ICT를 활용해 기존 보험사업을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트렌드로 꼽힌다.

전 세계는 인슈어테크 바람이 거센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인슈어테크 보험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30일 한화손해보험,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신규 손해보험사 설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3사는 이날 오후 금융위원회 예비 인허가를 획득하고 설립 작업을 본격화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보험회사 M&A 거래는 총 480억 달러 규모로 전년대비 3% 증가했다. M&A 추진의 주요 목적이 기존의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에서 최근에는 인슈어테크 기업과의 파트너십 구축으로 변화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통합하는 디지털 생태계가 급부상하면서 M&A를 통한 보험회사 사업구조 재편과 인슈어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래리 하트숀 미국 생명보험 마케팅연구협회 LIMRA의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7월 ‘4보험, 미래를 향한 혁신’ 주제의 4차산업 관련 국제 세미나에서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험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추세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하트숀 부사장은 2017년 6월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활용’에서 “인슈어테크로 보험산업의 생태계가 진화하고 있다며 한국 보험산업도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새로운 기회를 맞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래리 하트숀 미국 LIMRA의 수석 부사장은 지난해 7월 ‘보험, 미래를 향한 혁신’ 주제의 4차산업 관련 국제 세미나에서 “보험산업의 패러다임 변화 추세에서 한국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4차 산업혁명으로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슈어테크는 보험의 특성인 ‘산업 간의 융합’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판매채널이 등장하면 복잡한 상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명확한 기록 유지로 불완전 판매 다툼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양한 상품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구글, 오스카 헬스케어와 손잡고 팔지형 만보계활용 보험 서비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인슈어테크 시장이다. 세계 인슈어테크 지분투자의 75%가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구글은 2015년 오스카 헬스케어 보험과 손잡고 손목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보험 가입자와 보험료를 연계하고 있다.

오스카가 무료로 제공하는 팔지형 만보계 단말벤더(Misfit) 기기를 차고 매일 목표 걸음수를 달성하면 하루 1달러, 연간 최대 240 달러를 제공 받을 수 있다. 기기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유는 고객의 건강 상태가 좋아져 고객에게 지급되는 건강 보험금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 하나로 미국 뉴욕 뉴저지주에서 2년만에 4만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메트라이프는 2016년 9월 샤오미와 손잡고 상해보험을 선보였다.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채 하루 7시간 이상 수면시간을 취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수면 시간이 모자라면 전문의의 맞춤형 건강 컨설팅도 함께 해주는 이색 상품이다. 출시 당시 보험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미국의 신생 보험사 ‘레모네이드’는 AI 기술을 이용한 챗봇을 도입해 보험 가입 및 보험금 수령 과정을 애플리케이션만으로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의 최대 건강보험사인 ‘에트나’는 애플과 제휴해 애플워치와 보험료 할인을 연계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자금조달 규모 상위 (2014~2016)]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 중국 중안보험, 알리바바 텐센트 기존 회원 활용 급성장

미국보다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 최대 온라인 보험사인 중안보험은 알리바바, 텐센트, 평안보험이 합작해 설립했다. 2015년 혈당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하는 ‘탕샤오베이’ 등을 출시하고 이를 토대로 혈당체크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해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창출했다. 중안보험은 세계 핀테크 톱 100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서 글로벌 보험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안보험이 급성장하게 된 이유는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플랫폼을 판매채널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배송 반송 보험은 알리바바, 판매자를 위한 보증보험은 타오바오의 회원을 활용해 영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

특히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인슈어테크 보험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2016년 8월 중국 보험업 발전 연차총회에서 향후 보험업의 잠재력에 대해 확신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고령화와 헬스케어 시장의 확대는 인터넷과 모바일, 첨단 의료기기의 발달과 함께 인슈어테크 보험시장의 급성장을 가져올 거라고 전망했다.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를 시작으로 인터넷은행, 온라인 자산운용 등 금융시장까지 진출한 시가총액 아시아 1, 2위를 다투는 글로벌 ICT 업체로 성장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중안보험 조인트벤처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인슈어테크 이전에 적용되었던 기술과 인슈어테크 비교]

자료=보험연구원
자료=보험연구원

· SK텔레콤 국내 첫 인슈어테크 손해보험사 추진

SK텔레콤(대표이사 사장 박정호)은 지난달 30일 한화손해보험(대표이사 박윤식), 현대자동차(대표이사 이원희)와 손잡고 신규 손해보험사 설립에 나선다고 밝혔다. 3사는 이날 오후 금융위원회 예비 인허가를 획득하고 설립 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르면 하반기 설립 예정인 신규 보험사는 국내 최초의 인슈어테크 손해보험사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 혁신 보험사’인 신규 보험사는 설립에 참여한 각 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게 된다. 운전자 보험, 반송 보험, 여행보험, 펫(Pet) 보험 등 다양한 생활 밀착형 상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의 보험사 투자의 자신감은 ‘티맵’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보유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2016년 DB손해보험을 시작으로 KB손해보험, 삼성화재 등과 함께 ‘티맵’의 운전자의 운전습관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운전습관 연계’ 특약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SK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상품에 혜택을 받은 고객은 약 68만 명에 달한다.

신규 보험사는 가장 먼저 고객의 주행거리나 운전습관 등을 분석해 실제로 차량을 운행한 만큼만 보험료를 납부하는 상품을 내놓을 생각이다. 실시간 운행정보 및 운전습관 분석 기술도 적용해, 안전운전을 하는 고객에게는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고객 편의성도 향상된다.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모바일로 상품 가입을 할 수 있다. 신규 보험사는 AI 상담사 ‘챗봇’ 기반의 24시간 고객센터도 운영해, 실시간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점을 해결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양사는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 각 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혜택을 높일 수 있는 생활밀착형 상품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또한 벤처·스타트업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개방형 보험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 플랫폼을 통한 다양한 아이디어 발굴로 참신하고 혁신적인 상품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스타트업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는 설립하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선투자를 결정했다.

장유성 SK텔레콤 AI/모빌리티 사업단장은 “ICT를 기반으로 한 신규 상품들은 보험산업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고객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편의를 증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KT제공
KT는 지난 11일 KB손해보험, 엔에스스마트와 ‘실손의료보험 다이렉트 청구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KT제공

· KT 실손보험 다이렉트 청구 플랫폼 기반 “인슈어테크 지속 개발할 것”

KT(회장 황창규)도 인슈어테크 개발에 나섰다. KT는 지난 11일 KB손해보험(대표이사 사장 양종희), 엔에스스마트(대표이사 김진우)와 ‘실손의료보험 다이렉트 청구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는 이번 협약을 통해 다이렉트 청구 서비스를 오늘 3월 선보일 예정이다. KB손해보험과 의료기관 간 실손보험금을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게 된다. 다이렉트 청구 서비스는 진료비 영수증 등 청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암호화해 전송하는 서비스다. 간편 청구를 위한 키오스크 개발은 병원 업무 자동화시스템 개발 전문 기업인 엔에스스마트가 맡았다.

이 서비스는 키오스크에서 진료비 결제 후 본인인증을 통해 암호화된 진료정보가 보험사로 즉각 전송되어 별도의 절차 없이 보험료 청구가 이뤄지기 때문에 간편하다.

이에 따라 고객은 병원에서 영수증을 받아 보험사에 다시 보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한 번에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지난해 외래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피보험자들의 사유는 ‘금액이 소액이어서’가 90.6%, ‘번거로워서’가 5.4%로 나타났다. 보험 의료원의 ‘실손의료보험금 미청구 실태 및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래 진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피보험자는 14.6%였으며, 약을 처방받고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피보험자는 20.5%에 달했다.

그러나 KT의 이번 ‘실손의료보험 다이렉트 청구 사업’ 사실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이미 지난해 NH농협생명, 교보생명 등이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KT의 이러한 인슈어테크 행보는 소극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은 “실손보험 다이렉트 청구 플랫폼을 활용하면 보험금 청구 절차가 간소화 된다”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고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인슈어테크를 지속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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