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주에서 가장 사랑 하는 곳. 사랑하는 사람을 추억하는 의자.
내가 호주에서 가장 사랑 하는 곳. 사랑하는 사람을 추억하는 의자.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상쾌한 공기와 맑은 하늘과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Good morning!" 좋은 아침이라니. 정말 예쁜 표현이다.

시티에서 진행하는 무료 영어 수업을 듣기 위해 동생 집을 나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다가 "Alice"의 차를 보았다. 내가 그의 차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던 이유는 호주는 차 번호판을 본인이 원하는 문구로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도 "Juna" 차를 갖고 싶어졌다.

따뜻한 바람을 느끼며 버스를 기다리다가 정확한 시간에 도착한 버스를 탄다. 버스를 타면 항상 버스 기사님이 먼저 인사를 해주신다. "Hello!" 기분이 좋아진 나는 내릴 때는 먼저 인사를 한다. "Thank you!" 고마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하루이다.

서호주 퍼스에는 시티에서 진행하는 무료 영어 수업이 있는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다양한 레벨로 진행하기 때문에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초급반 수업을 한번 들어 본 나는 기초반 수업이 궁금해서 들어갔다가 "apple" 부터 다시 배웠다. 다음 수업 때는 다시 기초반에 들어가겠다고 내 자신에게 사과했다.

굴은 모르지만 이름을 알 수 있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이 간다. 가족들에게 참 소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을 알 수 있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이 간다. 가족들에게 참 소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을 알 수 있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이 간다. 가족들에게 참 소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얼굴은 모르지만 이름을 알 수 있는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짐작이 간다. 가족들에게 참 소중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내가 호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bench"를 찾아 공원으로 향한다. 호주에는 공원뿐만 아니라 곳곳에 친절하게도 쉬어갈 수 있는 의자가 많은데 이 친절한 의자 대부분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의자이다. 아름다운 나라 호주에 있는 그리움을 가득 담은 의자. 정부에서 만들어 준 의자이다. 이제는 멀리 떠나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기억할 수 있게 도와주다니 낭만적이다.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안식처가 되어주는 따뜻한 의자이다.

공원을 거닐다가 의자에 적혀있는 문구 중 "stroll"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영어 초급반 수업을 들은 나는 학구열에 불타올라 단어를 검색했다. 거닐다. 산책하다. 이 단어의 뜻이다. 오늘부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단어가 되었다. 공원을 거닐다(산책하다) 만난 "stroll"은 나를 계속 거닐게(산책하게) 만들었다.

나는 지금 지구를 "strolling" 하는 중이고 그 중에서도 내가 처음 지구 여행을 꿈꾸었던 호주에 와 있다.

한없이 노을을 바라보는 게 시간 낭비라면 난 평생 낭비를 하면서 살고 싶다.
한없이 노을을 바라보는 게 시간 낭비라면 난 평생 낭비를 하면서 살고 싶다.

2012년 여름, 세계지도를 보다가 문득 어린 시절 지구본을 보면서 했던 놀이가 생각 났었다. 눈을 감은 채 지구본을 돌리고 손가락으로 아무 곳이나 찍어서 거기에 가보는 상상하기 놀이. 그 놀이가 생각나서 한참 세계지도를 바라보았었다. 그리고 혼자 꿈을 꾸었었다. "세계 여행"

그렇게 꿈을 꾸었던 세계 여행 속에 들어와 거대한 지구를 만나다 보니 인간이라는 존재가 굉장히 작게 느껴지고, 우주 속의 먼지로 살아가는 우리가 이렇게까지 치열해야 하는가 싶다.

21살 때부터 리포터로 활동을 하다가, 26살부터 연극배우로 살아가며 매일 오디션을 보고, 선택 받아야 하며, 평가 받는 위치에 있던 나는 치열한 20대를 보냈던 거 같다. 물론 내 직업을 사랑한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에게 박수 받는 순간을 사랑한다. 세상에 일을 잘했다고 박수 받는 직업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지난 10년을 누군가를 궁금해 하고, 그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하며, 내가 아닌 타인의 삶 속에 들어가야 했던 시간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 순간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세계 여행을 꿈꾸었던 2012년의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면 2012년, 세계 여행을 꿈 꿔 준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고마워 준아야.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면 2012년, 세계 여행을 꿈 꿔 준 내 자신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고마워 준아야.

누군가는 물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1년이라는 시간을 쓰는 것이 두렵지 않냐고. 시간을 버리는 것이 아니고 쓰는 것이기에 두렵지 않다. 시간 낭비가 아니라 시간 활용이라고 하고 싶다. 아니, 그리고 그냥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는 것일까? 한없이 노을을 바라보는 시간이 낭비라고 한다면 난 평생 그 낭비를 하고 싶다.

매일 아침 눈을 떴다는 사실에 "Thank you"하며 "Good morning"을 맞이해서 작은 "apple" 하나를 들고 "bench"에 앉아 오늘은 어디를 "stroll" 할까 하는 고민이 유일한 고민인 "Juna"로 살아가는 이 순간이 참 좋다.

김준아

- 연극배우

- 이연컴퍼니 제작PD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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