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다주택 보유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어딜 가나 '부동산 신'들의 얘기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집값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주택 보유 억제책과 각종 대출 규제를 쏟아냈다.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은 “사는 집이 아니면 파시라”고 했다. 장관 본인도 ‘모범’을 보였다. 보유하고 있던 주택 2채 중 1채를 팔았다. 그럼에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서민들의 내집 장만 꿈은 점점 멀어져 갔다.

정부가 애쓰고 있지만 집값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이유가 있었다.

최근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보면서 국민들은 분노를 토했다. 이번 장관 후보자 중 4명이 다주택자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집값 안정을 책임져야 할 국토부 장관 최정호 후보자는 3채를 보유하고 있다. '편법 증여' 논란도 있다.

28일 공개된 ‘2018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내역’에 따르면 장관급 이상 6명은 두 채 이상의 집을 보유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주택은 배우자 명의를 포함해 총 5채다.

장관만이 아니다. 청와대 참모진 46명 가운데 13명이 2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였고, 국회의원 289명 가운데 다주택자는 총 117명으로 전체의 약 40.5%에 달했다. 이주영 국회 부의장과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은 가장많은 6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분노’의 정점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서울 동작구 흑석동 뉴타운 재개발 지역의 25억 원짜리 상가주택 건물을 매입했다. 청와대가 한창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을 마련하던 시기다. 8.2와 9.13 대책을 통해 "돈이 투기로 들어가는 것을 막겠다"며 대출 규제로 돈줄을 죄었다. 그런데 김 대변인은 11억 원이라는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전세금을 빼서 ‘투기’에 보태느라 가족과 함께 청와대 관사에 살림을 차렸다.

"전세 살기 싫다"...누구인들 전세로 살고 싶겠는가. 김 대변인의 자산 14억 원이면 도심에서 가까운 서울 강북의 40~50평대의 아파트 2채는 살 수 있다. 옹색한 변명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집값이 폭락한다해도 팔지 않을 수 있을까. 법을 만들고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공직자들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까닭에, 앞으로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인가.

서민들의 분노는 일반인이 아닌 대통령과 함께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공직자들의 행태라는 데 있다. 대장이 비장한 각오로 내린 전투 지시는 따르지 않고 본인이 살길을 찾은 셈이다.

국정 운영은 대통령 혼자 뛴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국정 방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참모진과 공직자들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서민들은 너무 늦게 깨달았다. ‘부동산의 신’들인 고위 공직자들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려면 부동산 투기가 최고라는 것을. 책상에 앉아 열심히 일하면 무엇하고, 땀 흘려 열심히 물건 만들면 또 무엇하냐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올 법하다.

김의겸 대변인의 사퇴는 당연해 보인다. 남은 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대통령의 단호한 결단이다. 국민들은 더 이상 분노와 허탈에 빠지고 싶지 않다.

명예를 선택한 사람은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명예와 욕심은 공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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