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찬송’, 1882년, 레오니드 솔로마트킨(1837-1883),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경찰의 찬송’, 1882년, 레오니드 솔로마트킨(1837-1883),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불합리. 부도덕. 이런 단어가 일반적 일 때 보다 더 큰 무게로 상처를 줄 때는 상대방이 권력을 가졌고, 난 일신을 위해 그들을 뿌리 칠 수 없는 상황 일 때다. 어떤 말로도 형언 할 수 없는 불쾌감이 온몸에 차오르지만 언제고 닥칠지 모르는 불이익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그래서 몇 배의 괴로움이 가중된다.

또,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욕심을 챙기는 사람의 대부분은 상당히 정돈 돼 있고, 합리적이다. 겉으로 보기엔 모두가 올바르며 상당히 지적이다. 그러므로 쉽게 이의를 제기 할 수도 없으며, 적절한 수단 또한 찾기 힘든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다. 모두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이것이 잘못됐음을 알면서도 두 눈 질끈 감고 불의와 야합하게 된다. ‘어쩔 수 없어’ 하며 돌아서지만 양심의 쓰라림은 오래오래 남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한 편린이 바로 이런 모습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인지, 아님 러시아 부활절인지 모르지만,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경찰들이 상인의 집을 방문했다. 정복을 차려 입고, 다소곳이 모자를 옆구리에 끼고 성과 열을 다해 찬송을 한다. 표정이 사뭇 진지하고 거룩하다. 아주 깍듯한 자세로 상인의 집의 번영과 발전을 기원한다는 그들의 모습이다. 불그스레 달아오른 경찰들의 취기 어린 얼굴을 보니 온방 안 가득 차 있을 알코올 냄새가 그림에 묻어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한쪽 눈은 집요하게 상인의 지갑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자신들의 환대 정도를 상인이 집어내는 지폐의 두께만큼으로 가늠하는 경찰들인지라, 얼마를 집어내는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상인의 얼굴은 묵묵히 굳어 흑색에 가깝다. 경찰은 웃고 있지만, 상인은 속으로 울 것이다. 그녀의 아내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지 뒤 돌아서 귀를 막고 있다. 경찰의 노래가 돈을 내놓으라는 소리로 들려 도저히 참을 수 없나 보다. 그냥 외면이 최고인 듯 온몸을 웅크린다. 발그레한 얼굴의 경찰들은 이런 설정이 한두 번이 아닌 익숙함으로 자연스러움이 뚝 뚝 묻어난다.

19세기 말엽 러시아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는 부조리를 화가는 익살스럽고 장난스럽게 꼬집는다. 자신의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관리들의 탐욕을 아주 잘 보여주는 풍속화이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돈이라도 줄 수 있는 상인은 그나마 다행일거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러시아의 일반 농민들은 저 부당한 관료들의 횡포를 온몸으로 다 받아 냈을 거라 생각하니 씁쓸한 웃음만이 생길 뿐이다.

레오니드 솔로마트킨 (1837-1883)

러시아 풍속화의 대가. <선술집>(1867), <여인숙>(1870), <환락>(1878)등이 주요 작품이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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