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은의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이야기] ⑮플라스토프 아르카지 ‘봄’
[김희은의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이야기] ⑮플라스토프 아르카지 ‘봄’
  • 김희은
  • 승인 2019.04.30 0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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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1954년, 플라스토프 아르카지 (1893-1972), 캔버스에 유채, 210 x 123 см,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봄' 1954년, 플라스토프 아르카지 (1893-1972), 캔버스에 유채, 210 x 123 см,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

오,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해마다 봄이 되면-조병화>

항상 새로운 봄이다!

낡은 말뚝도 봄이 돌아오면 새로워져 푸른빛이 된다는 생명의 계절이 문턱에 와 있다.

겨우내 쌓인 두꺼운 눈덩이를 녹여내고 대지는 새로운 생명의 움틈으로 약동한다. 혹독하고 기나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러시아에서의 봄은 아주 특별한 존재다. 그림에서처럼 아름답고 싱그러운 모습의 봄 요정은 따뜻한 봄바람이 되어 소녀의 두꺼운 겨울 스카프를 부드럽게 열어준다. 봄 요정의 달콤함을 이만큼 잘 표현한 그림이 또 있을까 그녀의 부드러운 쓰다듬으로 황홀경에 빠진 어린 소녀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내 마음 또한 온통 꽃밭이 된다.

러시아의 봄은 한국과 많이 달라 눈이 녹아 대지를 적시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림의 배경은 러시아 바냐 (러시아 전통 목욕탕)로 통나무 바깥 대지에는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있다. 그 사이로 푸른 초록들이 삐죽 고개를 내밀고 훈훈한 바람과 함께 러시아식 사우나를 즐길 수 있는 뜨거운 계절이 시작되는 거다. 날씨가 혹독할수록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며 하늘이 선사하는 자연의 따스함에 몇 배나 감사하기 마련이다. 사계절이 너무도 아름다운 한국에선 날씨의 소중함이 간절하지 않았다. 인생이 그러하듯 실패를 경험한 후에야 성공에 감사 드리는 것처럼 러시아의 혹독함을 경험하니 계절의 포근함이 너무도 황송하다. 봄철의 숲 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덕상의 선과 악에 대하여, 어떠한 현자보다도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는 워즈워드의 말처럼 플라스토프의 봄 요정은 삶의 진리를 부드럽게 일깨워 주는 스승과도 같다.

플라스토프의 봄은 1954년 그려진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작품이다.

봄의 달콤함을 노래한 그림이기도 하지만, 또다른 뜻도 품고 있다.

바로 해빙- 소련 공산 사회에 분 개혁의 바람, 민주화의 바람이 세상을 지배하던 1950년대 개혁의 새로운 표현을 나타내기도 한다.

1953년 스탈린 사후 1956년 흐루시초프는 제 20차 소련 공산당 전당 대회에서 스탈린을 혹독하게 비난한다. 당시 1954년에 에렌부르크의 <해빙>이, 1957년 파스테나르크의 <의사 지바고>, 1962년 솔제니친은 <이반 테니소비치의 하루>가 출간되면서 자유의 물결이 밀려들던 시기이다. 이 그림은 그때의 자유의 물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소련 사회의 봄을 대변하는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소련 정권 기에 사회성 정치성을 반영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그린 대표작이며 첫 작품으로 꼽힌다.

그런 시대상을 알고 그림을 보면 주변은 눈이 쌓여 아직은 혹독한 추위를 느껴야 하지만

따뜻한 사우나에서 목욕을 마친 아이의 옷을 입히며 따뜻한 온기를 서로 나누는 모녀를 빗대어 새로운 시대상을 보여주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려는 개혁의 기운을 나타낸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르카지 플라스토프 (1893-1972); 러시아 사회주의 리얼리즘 대표 화가. 대표작으로< 트럭 운전사의 저녁>(1961) <건초 만들기>(1945)등이 있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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