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이 몰리는 출근시간에 지하철을 타게 됐다. 평소에는 이 시간을 피해 일찍 다닌다. 이날은 지방 출장 길이었다. 서둘렀지만 공포의 출근 시간대에 딱 걸렸다. 예상대로 승강장에는 승객들이 줄을 서있었다. 도착한 지하철은 만원이었다. 탈수 있을까. 줄에서 비켜나는 사람도 있었다. 탈까 말까 망설이다 밀어넣기를 시도했다. 운이 좋았다. 튕겨 나오지는 않았다.

지하철이 출발하면 약간의 공간이 생기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숨쉬기조차 힘들었고 안경이 지하철 출입문에 닿을 정도였다. 사람들과의 밀착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등 뒤에서 습한 화기(火氣)가 느껴졌다.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 뒷 사람의 등과 바늘구멍만큼의 틈도 없이 맞닿은 것이다. 공간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시루 안의 콩나물 신세였다.

일단 내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열차 시간이 발목을 잡았다. 등 뒤는 계속 뜨거웠다. 출입문에 딱정벌레처럼 바싹 붙어 열차가 빨리 달리기만을 기도했다. 내리는 승객도 없었다. 뒷 사람과 떨어지기 위해 공간을 쥐어짜며 출입문 쪽으로 다가섰다. 그럴수록 거대한 등짝이 더 밀착되는 느낌이었다. 뒤를 쳐다볼 수도 없었다. 환승역이 지나고서야 뒤쪽 남자를 확인했다. 몸집이 큰 남자가 휴대폰에 시선을 꽂은 채 산처럼 서 있었다. 휴대폰 시청할 앞쪽 공간을 확보하느라 틈만 생기면 몸을 뒤로 민 것이다. 분노를 넘어서 ‘어이 상실’이었다.

지방에서 돌아오는 열차표가 동이 났다. 그나마 운이 좋았다. 이날의 좌석표는 매진이었고 1장 남은 입석표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열차 통로에는 입석 승객들로 이미 만원이었다. 모두 지친 표정이었다. 열차에 탈 때부터 어디선가 싸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서 있는 승객 중의 한 사람이 통화하는 소리였다. 서 있는 것도 피곤한데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짜증이 났다.

큰소리의 통화는 계속됐다. 주변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다. 꽤 오랜 시간 목청을 높였다. 주로 특정인을 험담하는 내용이었다. 어느 순간 목소리가 끊기더니 이 승객이 객실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지정 좌석을 놔두고 통로에 나와서 떠든 것이다. 통로에 사람이 없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물론 큰 소리는 곤란하지만. 객실에서 통화하면 민폐이고 통로에서 떠들면 민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이상한 셈법이다.

정말 피곤한 하루였다.

저작권자 © 소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