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온 후배를 만났다. 6년 전쯤 서울을 떠났다. 우리는 후배가 이민 가기 전까지 단골이었던 작은 횟집에 자리를 잡았다. 테이블 6개. 한눈에 들어왔다. 손님이 많을 때는 가게 밖에 간이 테이블을 놓았다고 한다. 주인 내외가 후배를 알아보고는 여간 반가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주인 어르신은 후배가 캐나다에 살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눈을 치켜뜨며 “잘 떠났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거기는 살만하지 않겠느냐고. 한국은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이 비었다. 어르신은 손님이 없는 데다 물가는 오르고...경기가 이렇게 안 좋은 건 처음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6일 발표한 ‘소상공인 경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33.6%가 사업전환이나 휴·폐업을 고려한 적이 있다. 실제로 폐업을 하지 못한 이유는 (가게) 매수자 없음(63.1%), 폐업 후 생계유지 부담(58.9%), 권리금 회수 어려움(41.1%) 때문이었다.

문을 닫고 싶어도 가게에 들어올 사람이 없고, 보증금을 빼서 나오자니 권리금을 날리게 생겼다.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절반은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에 종사한다. 지난 2월 25일 소상공인진흥공단이 공개한 ‘소상공인 현황’에 의하면 2016년 기준 소상공인 업체는 307만2,104개, 종사자는 600만8,534명에 달한다. 도매 및 소매업 종사자가 150만7,560명, 숙박 및 음식점 128만1,504명이다.

소상공인 대부분은 자금이나 인력 규모의 취약성으로 인해 첨단산업이나 고부가치를 창출하는 업종보다는 진입장벽이 비교적 쉬운 업종에 진출해있다.

주인 어르신은 이국 땅에서 온 후배를 위해 생선회를 푸짐하게 내놓았다. 가난하지만 넉넉한 인심이다.

후배는 우리나라 경기가 예전하고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했다. 대로변에 ‘임대’ 현수막이 붙은 건물이 눈에 많이 띄고, 북적대던 상가는 한산해졌다고 했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볼 요량으로 지인들에게 말을 꺼내면 하나같이 “때가 아니다”라는 답변뿐이었다고 한다. 솔직히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후배는 털어놨다.

장기적인 불황과 정부 정책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사회 분위기를 짓누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종업원 채용은 엄두도 못 낸다. 힘들어도 가족끼리 운영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게다가 손님마저 줄어 한숨만 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제를 맞추기 위해 개인 의원은 진료시간을 줄이고, 음식점은 영업시간 단축과 주 1회 휴업하는 곳이 많아졌다. 평소 자정까지 불이 켜져 있던 주유소는 오후 11시가 되면 불을 끈다. 손님이 북적대는 시장안의 한 음식점은 요리와 주방 허드렛일은 부인과 어머니가, 서빙은 대학생 자녀들이 맡았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다.

근로시간이 줄면 근로자들은 즐거워야 한다. 대기업에 다니거나 연봉이 높은 직장인들은 그럴 것이다. 그러나 소득이 낮은 근로자들은 연장근로를 해서라도 좀 더 벌고 싶다. 하지만 이제 주 52시간 이상은 일을 하지 못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500만원 수준이다. 2,000만원 미만의 근로자로 약 472만명으로 전체근로자 1,519만명의 31%에 달한다. 좀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싶은 근로자들이 많다는 걸 보여준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저소득 근로자 모두가 힘들어하는 세상이 됐다. 한쪽이 힘들면 다른 한쪽은 나아지는 게 상식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소기업인 대회에 참석해 최저임금, 탄력근로제, 주 52시간 근로제 등에 대해 기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고 살림이 왜 나아지지 않는지 원점부터 다시 챙겨봐야 할 때다. 정부 정책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힘들게 한다면 더 늦기 전에 과감한 수술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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