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레이마니예모스크에서 본 이스탄불. 임태영이 추천하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
슐레이마니예모스크에서 본 이스탄불. 임태영이 추천하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

세계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우리나라에 세계 여행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다.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뿐만 아니라 친구 혹은 부부 세계 여행자부터 가족 세계 여행자까지.

그런데 세계 여행을 하면서 또다시 놀랐던 점은 여행을 하면서 그 많은 세계 여행자를 실제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이다. 보통 여름을 따라가는 세계 여행자와 다르게 나의 여행 일정이 제멋대로인 것도 있고… 음… 왜 만나지 못 한 걸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 소중한 인연. 심지어 같은 날 히말라야에 오른 자가 된 동지.

이번 여행을 하면서 유일하게 만난 나보다 긴 여행을 하고 있는 장기 여행자 태영오빠. (세계 여행 중인 음악가 임태영, 34세. 언어, 요리, 음악, 사람, 역사에 관심이 많다.)

“오빠! 지금은 어디예요?”

“지금은 유럽 몬테네그로의 ‘코토르’ 라는 지역에 있어.”

“와, 역시 멋진 여행자! 나도 세계 여행 중인데 사실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이거든요. 여행한지 얼마나 되었죠?”

“2018년 4월 1일부터 시작해서 약 1년 2개월 정도 되었어.”

“저는 오빠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네요. 여행하면서 이런 질문 너무 많이 들었는데… 나도 막상 세계 여행자를 만나니 가장 궁금한 점이 왜 세계 여행을 시작했어요?”

세계 여행 중인 음악가 임태영, 34세. 언어, 요리, 음악, 사람, 역사에 관심이 많다. instagram.com/4ppl4world
세계 여행 중인 음악가 임태영, 34세. 언어, 요리, 음악, 사람, 역사에 관심이 많다. instagram.com/4ppl4world

“5년 전, 2주 동안 동남아시아 배낭여행을 했었어. 그게 나의 첫 혼자 여행이었는데 그때 나의 좁은 머릿속의 선입견들이 모두 산산조각 났다고 해야 할까? 그와 동시에 여행을 통해 너무나 멋지고, 존경할 만한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 지금 세계 여행의 계기가 되었지.”

“5년 전의 여행이 계기가 되었다. 저랑 비슷하네요. 저도 5년 전,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 끝내고 혼자 호주 한 바퀴 여행하면서 세계 여행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었거든요. 오빠도 호주 다녀왔죠?”

“응, 워킹 홀리데이를 여행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면 세계여행을 하기 전 일본에서 보낸 1년과 호주에서 보낸 2년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의 순간이야. 관심사인 요리와 언어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었고, 커다란 사건이나 사고 한 번 없이 지금 하고 있는 세계 여행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워킹 홀리데이는 여행이죠! 엄청난 여행! 저도 그때의 시간들이 지금의 여행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일이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여행하면서 힘들었거나 후회한 적은 없어요?”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어. 하지만 인도에서는… 인생이 그러하듯 여행 또한 고난과 실수의 연속이었지. 사람들이 곧잘 여행을 인생과 빗대어 표현하잖아. ‘인생은 고난과 실수의 연속이다.’ 나의 여행도 그랬지만 정말 후회한 적은 없어.”

터키 칼라타 브리지 야경. “사람들이 곧잘 여행을 인생과 빗대어 표현하잖아. ‘인생은 고난과 실수의 연속이다.’ 인생이 그러하듯 여행 또한 고난과 실수의 연속이었지.”
이스탄불 칼라타 브리지 야경. “사람들이 곧잘 여행을 인생과 빗대어 표현하잖아. ‘인생은 고난과 실수의 연속이다.’ 인생이 그러하듯 여행 또한 고난과 실수의 연속이었지.”
. 터키 카파도키아 벌룬. “한국에 돌아가면 중고 오토바이를 살 거야. 그리고 한국 구석구석을 여행할 거지. 세계 여행을 하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
터키 카파도키아 벌룬. “한국에 돌아가면 중고 오토바이를 살 거야. 그리고 한국 구석구석을 여행할 거지. 세계 여행을 하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

“멋지네요! 저는 솔직히 후회한 적 몇 번 있거든요. 예를 들면 히말라야에서 푼힐에 해 뜨는 거 보러 올라가면서 너무 힘들어서 후회했고, 히말라야에서 내려와서 심장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비행기 타는 게 무서워졌을 때 후회했고… 하… 히말라야… 우리의 히말라야.”

“우리의 히말라야… 나는 사실 히말라야 트래킹은 원래 계획에 없었어. 카트만두에 도착해서야 히말라야에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지. 그러다가 같은 호스텔, 같은 방에 묵던 수빈이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수빈이를 만난 덕분에 오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어. 거기에 든든한 팀원인 준아 너랑 미희누나가 합류했기 때문에 ABC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 이번에 함께 올랐던 멤버가 다 같이 간다면 무조건 다시 갈 의향도 있어. 이번에 다시 가면 서킷 코스로 가는 건 어때?”

“네??? 참 신기하네요. 분명히 오빠 힘들어하던 모습도 봤고, 나 울 때 따라 울었던 것도 기억하는데 다시 가고 싶다니. 하핫. 그런데 사실… 저도 그래요. 진짜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한 번쯤은 다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힘들었지만 엄청난 시간이 원래 계획에 없던 시간이라니. 계획이 없었던 거 치고는 너무 쉽게 결정한 거 아니에요?

"내 여행 자체가 그래. 처음부터 대략적인 루트만 그려 놓고 시작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지. 하지만 무계획이 계획이라면 제법 일정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

“무계획이 계획이라면 제법 일정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무계획이 계획이라면 제법 일정대로 가고 있다고 생각해.”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서

"와... 역시 세계 여행자는 다 비슷하구나. 저는 원래 엄청 철저하게 계획 세우고 여행하던 스타일이었는데 세계 여행을 시작하고는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어요. 어차피 계획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거든요. 이거조차 인생 같네요. 이렇게 계획 없이 다녔던 여행지 중에서 '임태영이 추천하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하는 곳은?' 딱 한곳만 말해주세요. 어렵겠지만."

"음...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너무나도 다양해서 쉽게 추천하기는 힘들지만... 이스탄불! 역사, 문화, 음식, 풍경, 사람 단 한 가지도 빠지지 않는 곳이야!"

"저는 여행자와 하는 대화가 참 좋아요. 이스탄불은 원래 계획에 없던 곳이었는데 궁금해지네요."

"무조건 한곳을 골라야 한다면 이스탄불이니까 너도 가보면 내 말을 이해하게 될 거야. 더 이상 물어보지 말고 그냥 가 봐.”

"꼭 가 볼게요! 오빠의 여행을 보면 앞으로의 여행지들도 참 궁금해져요. 앞으로의 여행 계획은 어떻게 돼요?"

"지금까지도 계획이 없었는데 앞으로의 계획? 음… 가고 싶은 나라들이 너무 많고, 전혀 모르던 나라들이었지만 알고 보니 매력이 넘치는 나라들 역시 너무 많더라고.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무계획이 계획인 여행이 앞으로의 나의 여행 계획이야."

"와, 공감이 되면서도 언젠가 또 인터뷰하고 싶게 만드네… 그러면 그 무계획 여행을 다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뭐예요?"

"중고 오토바이를 살 거야. 그리고 한국 구석구석을 여행할 거지. 세계 여행을 하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거든."

"여행을 끝내고 또 여행을 하겠다. 너무 멋지네요. 그러면 그런 여행들 속에서 오빠의 꿈은?"

. “랄프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의 구절처럼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게 꿈이야.” 히말라야에서
. “랄프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의 구절처럼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게 꿈이야.” 히말라야에서

"한국이 통일되어서 육로로 북한을 여행하고, 서울역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 보는 것. 랄프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의 구절처럼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 그게 꿈이야."

"내가 이래서 여행자와의 대화가 정말 좋아요. 여행자들은 꿈을 명사로 꾸지 않거든요.”

태영오빠와 히말라야에 오르면서 나누었던 이야기 중에 인상 깊었던 이야기가 있다. 오빠가 처음 혼자 떠난 동남아시아 배낭여행 중 태국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가 있는데 태국에서 만났을 당시, 태어나서 지금까지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친구의 발언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세계 여행을 하면서 중국에서 4년 만에 다시 만난 이 친구는 본인의 고향인 중국 청두의 판다 사육 기지에서 일하고 있었고, 덕분에 하루 종일 판다를 실컷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 당시는 바다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친구의 발언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한 사실에 격한 공감을 하면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4년 만에 다시 여행을 하면서 만났다는 사실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태영오빠가 그 친구와 여행길 위에서 만났다가 다시 여행길 위에서 만난 것처럼. 어쩌면 오빠와 나도 산 위에서 만났다가 다시 산 위에서 만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4년 뒤, 히말라야 서킷 코스를 함께 걷는 다시 만날 순간을 기약하며 나와 태영오빠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

-연극배우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instagram.com/junatour

저작권자 © 소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