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순 없어" 안개 너머로 울산 바위와 동해바다를 볼 수 없어 아쉬웠지만 이국적인 풍경은 그만이었다. 사진=김인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산우회장

[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힘들었지만 비타민처럼 세포들이 깨어났어요”, “그간 회사 일로 쌓인 독소를 날리기에 충분했습니다” 폭염 속에 재충전 산행을 마친 여성 CEO들의 소감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산우회(회장 김인숙, 젤리피쉬월드 대표) 소속 여성 CEO들은 지난 6일 강원도 고성군에 위치한 신선대(성인대)를 도전 대상으로 삼았다. 이곳은 일명 북설악으로 불린다.

바쁜 일정도 잠시 미룬 채 힐링을 위해 떠나온 이곳은 바람과 안개, 너럭바위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추억을 선사했다.

임미숙 산악대장(아로마무역 대표)은 “모두 안전하게 완주해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만하다. 변덕스런 날씨에도 중도에 포기한 사람 없이 모두 끝까지 함께 했기 때문이다. 

이번 코스는 ‘금강산 화암사’에서 수바위와 신선대를 거쳐 낙타 바위, 고래등 바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거리는 약 5.16Km, 3시간 30분가량 소요된다. 이날 서울은 36도를 기록하는 등 전국에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일행은 화암사 숲길로 들어섰다. 길은 가파르고 넓지 않다. 흙길과 나무계단을 반복하며 1km 정도 오르면 수(穗)바위를 만난다. 수바위는 쌀바위라고도 한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며 수바위에 얽힌 전설을 음미하기 좋다.

수바위에 난 조그만 구멍에 지팡이를 넣고 세 번 흔들면 2인분의 쌀이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욕심 많은 어느 객승이 여섯 번 흔들면 4인분의 쌀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 지팡이를 넣고 여섯 번을 흔들었으나 쌀은 나오지 않고 피가 나왔다고 한다. 객승의 욕심이 산신의 노여움을 샀다는 얘기다.

모든 일에 욕심은 금물이라며 경고하는 것 같다.

수바위의 교훈을 새기면서 소나무 우거진 길을 걷는다. 숨이 가쁠 정도로 경사도가 심하다. 그러나 누구도 힘든 내색 없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이다. 솔잎 향에 젖은 채 발걸음을 옮기는 동안 안개가 몰려오는가 싶더니 빗방울이 한두 방울 떨어지다 자취를 감추곤 한다.

거북이를 닮은 신선대는 머리부분이 미시령 도로 쪽을 향해 기어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사진=김인숙 산우회장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사방이 절벽인 너럭바위 곳곳에 자연이 빚은 웅덩이가 신기한 모양들 하고 있다. 사람들 아래가 하트 웅덩이. 사진=김인숙 산우회장

소나무 숲은 끝없이 이어진다. 날씨 변덕에도 아랑곳 않고 꿋꿋하다. 이곳 소나무의 가지는 한쪽 방향으로 쭉쭉 뻗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순응하며 바람길을 내주고 있었다.

산은 늘 그렇듯 예외는 없다. 신선대에 다다를 즈음 깔딱 고개 같은 급경사가 나타났다. 올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힘든 걸음에도 여성 CEO들의 웃음소리는 호쾌하다. 뒤처진 일행과 보조를 맞추는 등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해발 623m. 거북이를 닮은 신선대와 맞닥뜨리자 이곳저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천상의 신선들이 내려와 노닐었다는 신선대에서 땀을 식히며 잠시 신선놀음을 즐긴다. 그러나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솔 숲이 끝난 곳에서 시작된 바위산은 또 다른 매력이다. 바위를 타고 걷기 시작하자 안개가 몰려들었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하다.

안개와 너럭바위는 환상 그 자체다. 앞뒤 일행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를 뚫고 낙타바위에 이르자 입이 떡 벌어진다. 사방은 절벽. 무채색의 세상이다. 너럭바위만 남긴 채 안개로 뒤덮었지만 분위기는 압권이다.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손에 잡히지는 않으나 뚜렷이 존재하는 안개…먼 곳에 있는 것들로부터 사람을 떼 놓는 안개….

임 산악대장은 “탁 트인 정상에서 울산 바위와 동해 바다를 볼 수 없는 게 못내 아쉽다”며 “꼭 다시한번 와보고 싶다”고 말했다. 멋진 풍경을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보는 법을 배운다.

"조심조심..." 안갯속에서 행여 일행을 놓치지 않을까 서로 챙기는 배려심이 돋보였다. 사진=김인숙 산우회장
낙타 바위는 거센 바람을 못이겨 돌조각이 하나 둘 씻겨 내리고 있었다. 사진=소셜타임스
거센 바람에 퇴화되고 있는 낙타 바위. 사진=사진=김인숙 산우회장

여성 CEO들은 대자연의 비경에 취해 자리를 뜰 줄 모른다. 짙은 안개가 조금씩 걷히자 누군가 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멀리 산 아래의 풍경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너럭바위 곳곳의 자연 웅덩이는 무당개구리들의 잔치판이다. 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은 아니다.

원래 이곳은 사방이 트여 바람이 센 곳이다. 낙타 바위가 남몰래 앓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바위 뒤쪽의 돌조각들이 바람에 하나 둘 씻겨 퇴화되고 있었다.

유영희 전 첫단추산후조리원 대표는 부스러지는 돌조각을 만지며 안타까워한다. 다시 찾을 때도 낙타 등이 제 모습을 갖추고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아니었을까.

이날 강풍은 불지 않았다. 바람과 안개, 너럭바위가 어우러져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풍경만 선사했다. 특히 사방이 절벽인 고래등 바위는 외국 CF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연출했다.

오랜만에 참여한 오연미 파워인포텍 대표는 “5년 만에 맛보는 최고의 힐링이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맛있는 음식이다. 바다와 인접한 고성은 싱싱한 활어회를 자랑한다. 야외에 시원한 테이블을 마련해 준 ‘옥희 횟집’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에 피로는 날아가고 즐거움은 배가 됐다. 일상으로 돌아오는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찾은 공현진 해수욕장. 금빛 백사장과 잔잔한 파도 그리고 끝없는 수평선은 이번 산행의 덤이다.

추억의 한 페이지를 함께한 일행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정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여성 CEO들 파이팅”

저작권자 © 소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