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겨울’ 1885년, 이삭 레비탄(1860 – 1900,) 캔버스에 유채, 55x45см,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그림 속 늑대는 화가 알렉세이 스테파노프가 그림).
‘숲속의 겨울’ 1885년, 이삭 레비탄(1860 – 1900,) 캔버스에 유채, 55x45см, 트레챠코프 미술관, 모스크바(그림 속 늑대는 화가 알렉세이 스테파노프가 그림).

< 숲 속의 겨울>

새하얀 눈은 차가움과 고요함 그리고 쓸쓸함을 품고 있다. 언제부터 어떻게 쌓였는지, 누구의 발길이 닿았는지 알 수 없지만, 숲은 겨울이란 시간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사실 눈 덮인 겨울 숲을 걸어본 사람이라면 그곳이 주는 신령스럽고 신선한 느낌을 알 거다. 레비탄의 겨울 숲은 그 한적하고 조용하며 엄숙하기까지 한 겨울 느낌의 진수다.

‘늦은 겨울’, 1898년, 이삭 레비탄(1860 - 1900), 캔버스에 유채, 41.5x66.3см, 러시아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늦은 겨울’, 1898년, 이삭 레비탄(1860 - 1900), 캔버스에 유채, 41.5x66.3см, 러시아 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늦은 겨울>

러시아 겨울은 지역마다 다르지만(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그 영토는 동서로뿐만이 아니라 남북으로도 길게 분포하고 있기 때문에) 모스크바나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위치한 지역의 경우 10월부터 시작해서 이듬해 4월까지 계속된다.

눈이 오고 그 눈이 얼고, 다시 새 눈이 덮이고 또다시 얼고 그렇게 하얀 설산을 이룬다. 긴 시간 동안 눈 폭풍도, 칼바람도 견뎌야 새봄을 맞을 수 있는 게 이 지역의 러시아 겨울이다. 참고 견뎌야 하며 깊이 명상하고 사색해야 한다.

차가운 계절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대화하고 이겨내야 한다. 레비탄의 <늦은 겨울>은 그렇게 세월을, 인고의 시간을 품고 있다. 묵묵히 참아내며 견뎌낸 마지막 겨울의 엄숙함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그림을 보며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다. 지난 내 삶의 폭풍 속에 내 모습이 어떠했는지,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내면과 대화하라 가르쳐 준다.

이삭 레비탄(1860 - 1900) 리투아니아 출생으로 모스크바 미술 전문학교에서 공부했다. 러시아 무드 풍경화의 대가다. 사브라소프와 폴레노프에게서 사사했다. 이동파 대표 화가이다. 러시아의 대자연을 사랑하여 이를 소재로 서정적인 풍경화를 많이 그렸다. <블라디미르로 가는 길> <가을 날> <연못가> 등이 대표작이다.

▲김희은

-갤러리 카르찌나 대표

-<소곤 소곤 러시아 그림 이야기>(써네스트) 저자

-아트딜러 및 컨설턴트

-전시 기획 큐레이터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 러시아 국립 푸쉬킨 박물관 도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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