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철이다. 국민간식으로 불리는 옥수수는 맛과 영양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국수, 카스텔라, 아이스크림, 막걸리 등 옥수수를 이용해 만든 식품도 다양하다. 지금은 간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끼니를 때우고 허기를 면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었다.

옥수수의 원산지는 멕시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다. 남아메리카 콜롬비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는 주식이다. 말라위는 극심한 가뭄에 옥수수를 생산하지 못하면 굶주린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북한도 주곡으로 삼는다. 논농사보다 옥수수 농사가 더 효율적인 기후 특성 때문이다.

알갱이 두 줄만 남겨 하모니카처럼 부는 놀이는 옥수수 추억 중에 가장 으뜸일 것이다.

며칠 전 단골 식당에서 손님들을 위해 옥수수를 준비했다. 카운터 옆 소쿠리에 잘 삶아진 옥수수가 수북했다. 주인은 식사를 마치고 한 자루씩 가져고 가라고 했다. 개업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은 아니지만 손님들과 나눠 먹고 싶어서 아침 일찍부터 삶았다며 생색을 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소쿠리 쪽으로 자꾸 눈이 갔다. 옆 테이블 손님들이 나가면서 두 명이 세 자루씩 움켜쥔 걸 목격했다. 다른 세 명의 손님은 두 자루씩을 들고 이빨을 쑤셨다. 주인은 급히 한 자루를 집어 할머니 한 분이 식사하는 테이블에 갖다 놓았다.

금세 동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우리 일행 중 한 명이 식사하다 말고 ‘나가면서’는 아니었지만 일행 수만큼 집어왔다. 흘깃 본 다른 테이블에도 이미 챙겨놓은 곳이 있었다.

옥수수 얘기가 반찬이 됐다. 옥수수에 대한 옛 추억이 오가는 사이 한 자루 보다 두 자루를 손에 쥔 손님이 많았다. 식당에 들어오면서 아예 확보하는 사람도 있었다.

식사를 거의 마칠 무렵 이층 손님들이 내려오면서 화들짝 놀랐다. 그 많던 옥수수가 다 어디 갔느냐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쿠리가 벌써 바닥을 보인 것이다.

카운터 주변 손님들은 기다렸다는 고해바쳤다. “한 사람이 두세 자루씩 가져갔어요.” 잠시 소란스러웠다. 이층 일행 중 젊은 손님은 억울함이 가시지 않은 듯 “그런 사람 잡아야 해, 수배 때리자.”

웃어넘길 해프닝에 주인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맛있어 보여 손님들과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저작권자 © 소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