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나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먹고 입고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얼핏 극단적인 표현 같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로 자신을 설명하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지금 어떤 포지션에 있다는 말로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이라며 지금이나 과거가 아닌 미래의 자신을 기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 어떤 설명도 우리는 맞다거나 틀리다고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오롯이 그 사람의 말과 행동과 의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것은 확실하다.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자신을 과장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너무나 소극적으로 자신을 낮추어서 듣고 보기에 민망하기까지 하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후자보다는 전자가 그래도 좀 나아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포장하며 산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집에서 있을 때 옷차림 등 외모와 나들이 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만 봐도 사람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반증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도 마찬가지다. 없지만 있어보이려는 있어빌리티 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몰라도 아는체 하는 체병이 심각한 경우도 많다. 이유야 어떻든 우리는 누구나 진솔하게 자신의 겉과 속을 모두 드러내기 싫어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삶의 철학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야 이런 레벨에 도달할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것은 현재와 미래에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자신이 도대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창직으로 평생직업을 찾아가는 여정은 지난하다. 하지만 출발점은 항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서 시작된다. 자주 이런 얘기가 들려온다. 막상 일모작 직장을 퇴직하고 보니 자신이 누군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한탄하는 말이다. 30년을 직장에서 혼신을 다해 일했지만 정작 자신이 누군지를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

주니어 창직이 그래서 중요하다. 주니어 창직은 필자가 지어낸 말인데 어려서부터 직업에 대한 개념과 정의를 알고 생각의 힘을 키워 나중에 직업을 선택할 때나 평생직업을 찾아낼 때 지혜롭게 처신하기 위함이다. 물론 젊은 시절에는 직장에 몸을 담고 일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위의 사례처럼 무작정 직장을 위해 혼신의 노력만 할 게 아니라 직장에 다니면서도 나중에 어떤 직업을 가져야 80세까지 현역으로 일할 수 있을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장차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생각도 많이 해야하고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일을 하면서 경험도 충분히 쌓아야 한다. 아무튼 시작은 과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부터이다.

▲정은상

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http://macarthurschoo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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