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오지랖통신이라는 이야기신문을 발행한 지 벌써 4년째입니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출판사 편집기획실에 근무하다가 결혼 후에는 일상 수다만으로 살았습니다. 막내가 유치원에 들어가니 어느 정도 여유 시간이 생기더군요. 아는 사람 권유로 민주언론연합이라는 시민단체에 들어갔습니다. 배운 공부를 사회로 되돌려 주려고요. 돈이나 권력에 휘둘려 공정한 보도정신에 위배되는 기사가 얼마나 있는지 모니터하는 일을 맡았어요. 동네 어린이도서관에서 신문반 선생님으로 자원봉사도 했어요. 기자단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로 신문을 낼 수 있도록 기획 취재 편집 인쇄 배포의 전 과정을 돌봐주는 역할이었지요. 물론 저 역시 블로그 초창기부터 꾸준히 제 삶을 기록하며 살아온 원년 멤버고요.

아이들이 성인이 되니 본격적으로 나만의 새로운 업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지더군요. 새로운 출발을 위해 엄마로서 보낸 시간을 책으로 완성하고 싶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평범한 엄마가 쓴 가족 이야기는 출판 시장에서 아무런 매력이 없대요. 크게 성공한 것도, 특별히 고생한 것도, 특별히 위대하지도 않은 그렇고 그런 보통 아줌마들의 삶을 그 누가 돈 주고 사보겠냐는 거죠. 다행히 천신만고 끝에 ‘부모 되는 철학’이라는 시리즈를 엮고 있는 출판사 사장님 눈에 띄어 ‘엄마난중일기’라는 책을 내긴 했어요. 인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을 겪으며 알게 되었지요. 출판 영역도 시장이 지배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제 더는 출판에 목을 매지 말자 싶었어요. 요즘같이 인터넷이 일상화되어 있는 시절에 굳이 출판을 위해 고생하지 말고 독자에게 편지처럼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사실 시나 에세이는 한 권의 책으로 받는 것보다는 간간이 한 꼭지씩 읽는 게 더 좋잖아요. 그렇게 하면 오롯하게 글 쓰는 데만 열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요. 마침 1인 창직을 전도하던 정은상 선생님을 만나 뉴스레터를 보내는 방법을 막 배운 참이었거든요.

고민 끝에 이름을 ‘오지랖통신’으로 정했습니다. 되돌아보니 내 일을 미뤄두고 가족 일로 정신을 쏟는 것도 일종의 오지랖,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좀 더 정직한 언어로 채우고 싶어 생각과 일상을 기록하려는 것도 오지랖의 일종이다 싶었던 거죠. 오지랖의 뜻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웃옷의 앞자락이래요. 그게 거추장스럽게 넓으면 쓸데없는 참견으로 남들을 뒤덮어가며 귀찮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랍니다. 무릎을 치며 웃었습니다. 어쩌면 평생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면서 때마다 남들 걱정에만 바빴던 저를 어쩌면 그리 잘 표현한 말인지요.

아예 그것을 나의 정체성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세상에 오지랖 아닌 일이 없더군요. 어쩌면 그런 것들이 넘쳐서 그나마 함께 어울려 살아왔던 건 아닐까 싶어요. 다만 이제부터는 그 오지랖이 지나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할 나이가 되었으니 글로만 해야겠어요. 이젠 눈살이 찌푸려지는 오지랖도 가끔씩 사랑스럽습디다. 사는 게 그렇잖아요. 어떻게 서로 걱정하고 참견하는 것 하나 없이 독불장군으로만 살 수 있겠어요. 그런 마음에서 오늘도 당신에게 글을 띄웁니다.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독립출판 섬 대표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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