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덮밥집 ‘햐쿠쇼쿠야’ 운영 minitts 대표이사 나카무라 아케미는 경영자이지만 아이를 돌보는 종업원들이 결근 시 대타로 근무한다. 자료=닛케이스타일

[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매출을 줄이자.”

일본의 인기 스테이크덮밥 전문점 ‘햐쿠쇼쿠야(佰食屋)’의 경영전략이다. 일본의 전통과 운치가 가득한 교토에 위치해 있다. 하세가와요시유키 코트라 일본 도쿄무역관이 대부분의 기업들이 매출 증대가 목표인 가운데 반대로 매출을 줄이자는 ‘햐쿠쇼쿠야’ 경영전략을 소개했다.

햐쿠쇼쿠야의 창업자는 나카무라 아케미. 현재 하쿠쇼쿠야를 포함한 4곳의 음식점을 경영하는 '주식회사 minitts’의 대표다.

나카무라 대표는 두 아이를 양육하는 34세의 워킹맘. 그는 고학력이거나 특수한 기술을 겸비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야심 넘치는 기업가의 면모도 일절 없는 평범한 워킹맘이다.

ㆍ1,000엔대 스테이크덮밥 2시간 기다려야 먹을 수 있어

이 음식점은 최근엔 30분에서 2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일본산 쇠고기가 푸짐하게 올려진 스테이크덮밥과 정식을 1,000엔 초반대에 먹을 수 있어서다. 일본의 음식점 평가 사이트 ‘타베 로그’에서 고평가를 받고 있다.

외식산업에서 맛과 가격이 인기의 요인인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곳이 주목을 얻고 있는 이유는 획기적인 사업 전략이다. 특히 외식업의 고질적인 저임금의 노동환경을 개선한 것을 넘어 보기 드문 ‘파격적인 화이트 기업(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올해 6월 발간된 그의 저서는 발매 일주일 만에 증쇄에 들어갔다. 그가 찾아낸 사업전략의 힌트는 책 제목과 같이 ‘매출을 줄이자’이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의 ‘외식산업 마케팅 편람 2018’에 따르면 일본의 외식산업 시장규모는 포화 상태이고, 점포 및 종업원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외식업계는 심야노동과 저임금 등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으며 이직률도 30%에 달한다.

ㆍ ‘점심에만 영업, 1일 100그릇 한정' 전략

나카무라 대표의 획기적인 사업전략은 이러한 외식산업 환경에 통했다.

“100그릇 한정 판매, 매상을 줄이자” 햐쿠쇼쿠야의 사업 모델은 ‘점심에만 영업, 1일 100그릇 한정으로 완판 시 영업종료’이다.

하루 100그릇을 한정해 메뉴를 미리 정하기 때문에 대량 매입이 가능하다. 품질이 안정된 재료를 구매할 수 있고 음식 낭비도 줄일 수 있다. 보통 음식점의 원가율은 약 30%라고 알려졌으나 햐쿠쇼쿠야의 원가율은 48%이다. 철저하게 낭비를 줄여 고품질 음식을 저가에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햐쿠쇼쿠야의 명물, 일본산 소고기 스테이크덮밥. 두툼한 고급 일본산 소고기(원가율 48%)를 사용했지만 가격은 불과 1080엔. 자료=メシ通 홈페이지
햐쿠쇼쿠야의 명물, 일본산 소고기 스테이크덮밥. 두툼한 고급 일본산 소고기(원가율 48%)를 사용했지만 가격은 불과 1080엔. 자료=メシ通 홈페이지

또한 메뉴를 한정해 조리와 배식 등 관리 단순화를 통해 업무 효율의 상승효과도 얻고 있다. 이로써 장애인, 노인, 싱글맘 등도 마다않는 폭넓은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종업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100그릇을 전부 팔면 영업 종료’라는 목표가 명확하고 종업원들도 근무에 집중할 수 있다.

나카무라 대표는 “완판이 가까워질수록 손님에게 고맙다는 마음을 갖게 돼 종업원의 기분이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종업원의 출근 시간은 아침 9시이며, 매일 저녁 6시 전에는 퇴근하기 때문에 잔업은 없다. 동종업계 타사 혹은 여타 직종, 직업과 비교해도 충분히 화이트 기업(근무환경이 좋은 기업을 일컬음)이라고 할 수 있다.

ㆍ‘50그릇 한정’ 프랜차이즈 보급 주력..."일 가정 양립" 최고

‘영업시간 고정’을 통해 지연되는 일 없이 단시간 집중해 접객의 질이 높아지므로 고객만족도 역시 향상된다. 이것이 미래의 고객 증가 및 개점시간 단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생겨나고 있다는 얘기다.

원래 햐쿠쇼쿠야 1호점은 남편이 고안한 스테이크덮밥을 메뉴로 2012년에 개점했다. 당초의 목적은 부부가 함께 지내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과거 전문학교에서 홍보를 맡았으나, 승진과 함께 부하 직원이 증가하고 잔업이 늘게 되자 창업을 결심했다. 현재 회사의 상징인 ‘100그릇’도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리라 여겨 대충 정했다.

가게가 인기를 얻자 “인기가 있으니 더 많이 팔면 좋겠다”는 주위 의견도 있었지만 나카무라 대표는 “이익의 극대화가 아닌, 종업원이 편하게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울러 “100그릇 완판 시 종업원이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는 소득을 얻고, 점심시간만 운영해 종업원은 가정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매출액은 대개 하루 13만 엔 정도. 이 가운데 약 30%가 인건비로 충당된다. 종업원의 급여는 일반적인 음식점과 동일한 수준이다.

나카무라 대표는 ‘50그릇 한정’의 프랜차이즈 전개에 주력하고 있다. 프랜차이즈라고는 해도 ‘점포’가 아닌 ‘일하는 방식’의 프랜차이즈화이다. 도시가 아닌 지방에서 매일 100그릇은 쉽지 않다. 50그릇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수치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ㆍ경영효율, 서비스 질, 종업원 만족도 향상시킨 '역발상 전략'

부부는 연간 500만 엔 정도를 벌면서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할 수 있어 만족한다.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보육원에 마중 나갈 수 있는 데다 휴일도 마음대로 정해 가족 여행도 갈 수 있다.

햐쿠쇼쿠야는 매출을 일부러 줄여서 경영의 효율화, 서비스 질 향상까지 이룰 수 있었다. 기존 경영인들의 상식을 뒤집은 역발상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매상을 줄인다’는 사업 모델이 경영자, 종업원, 고객 중 누구도 억지로 참거나 손해 보지 않는 21세기형 사업 모델으로 꼽힌다.

이데 루미 식품 낭비 관련 저널리스트 겸 영양학 박사는 “모든 음식점이 나카무라씨의 가게와 같다면 일하는 사람은 정말 행복할 것”이라며 “외식에서 발생하는 식품 낭비가 많으나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면 크게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세가와요시유키 코트라 일본 도쿄무역관은 “이익만 계속 추구하는 실적지상주의 경영자들이 그 목적과 이유에 대해 반성할 계기가 될 수 있다”며 “AI, IoT, 로봇 등에 의한 패러다임 전환이 예상되는 지금, 21세기의 경영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나카무라 대표는 ‘JVA2018 워크라이프밸런스 추진 특별상’, ‘신 다이버시티 경영기업 100선’, ‘닛케이우먼 올해의 여성 2019 대상’ 등을 수상했고, 미디어 출연 다수에다 강연회 단골손님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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