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고금순 산업유통포장주식회사 대표
“천국으로 가는 계단” 하늘과 맞닿아 있는 삼선철계단은 두 다리가 후들거리는 아찔한 맛에 대둔산의 명물로 불린다. 사진=고금순 산업유통포장주식회사 대표

[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지루할 틈이 없다. 묘미가 넘친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대둔산. 대둔산은 전북 완주군과 충남 금산군 진산면, 논산시 별곡면에 걸쳐 있다. 정상 높이는 878m.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836m)와 비슷하다.

대둔산은 계절마다 색다른 맛을 선사하는 매력적인 산이다. 정상에서 사방으로 뻗은 여러 산줄기가 멋진 암봉을 만들었다. 빼어난 산세는 기암절벽과 수목의 합작품이다. 가을이 무르익은 지난 26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산우회(회장 김인숙) 회원 20여 명이 대둔산에 올랐다.

대둔산은 만만치 않은 코스다. 하지만 정상까지 그다지 힘들지 않다. 왜 그럴까. 즐거움과 공포를 번갈아가며 선사하기 때문이다. 산행의 묘미가 그만이다.

이 산의 명물은 금강구름다리와 삼선철계단이다. 케이블카도 한몫한다.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산 중턱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날은 등산객이 몰려 케이블카 탑승에만 약 1시간이 걸렸다. 케이블카가 높이 오르자 겹겹이 쌓인 먼 산들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했다. 가까이는 장군봉과 기암괴석들이 웅장한 자태를 뽐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10분 정도만 오르면 금강구름다리를 만난다.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81m 높이의 하늘을 가로지르며 단풍 품에 안겨있다. 길이는 50m로 그리 길지 않다. 다리가 출렁일 때마다 움찔하지만 발아래 보이는 바위산과 단풍이 장관이다.

사진=고금순 산업유통포장주식회사 대표
"돌아보지 마" 경사도가 51도나 되는 삼선철계단은 심장이 멈출 듯한 아찔함에 뒤돌아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사진=고금순 산업유통포장주식회사 대표
사진=김인숙 (주)젤리피쉬월드 대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산우회장)
"아 천국인가" 삼선철계단을 다 올라오는 순간 두려움과 공포는 사라지고 안도의 한숨이 천국을 맛보게 한다. 사진=김인숙 (주)젤리피쉬월드 대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산우회장)

대둔산의 하이라이트는 삼선철계단. 계단의 끝은 하늘이다. 하늘로 이어져 마치 천국에 오르는 계단 같다. 삼선철계단을 통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계단 옆에 올라가는 계단이 마련돼 있다.

계단 아래가 북적였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에 탑승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외국인도 눈에 띄웠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았다.

계단의 폭은 0.5m로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정도다. 길이는 40m이며 계단은 127개다. 최대 60명이 동시에 통과할 수 있다. 삼선철계단은 마치 이삿짐을 옮기기 위해 고층 아파트에 걸어 놓은 고가사다리 같다.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계단의 경사도가 무려 51˚나 된다.

일행은 줄지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하나를 밟을 때마다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높이 오를수록 공포감이 밀려왔다. 손에 땀이 나 양쪽 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계단에 기대 듯 엎드려서 살금살금 올랐다. 어쩌면 기어오른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계단이 출렁일 때는 심장이 멎는 듯했다. 계단 밑은 아찔한 낭떠러지다. 하마터면 다리가 얼어붙어 주저앉을 뻔했다. 127개의 계단을 어디까지 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일행 중에는 뒤돌아서 환호성을 지르거나 멋진 포즈를 취하며 셀카 놀이를 했다. 강심장들이다. 마지막 계단을 밟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두려움 없이 평온하게 숨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이다. 그저 우리 마음속에 있을 뿐이다. 삼선철계단 체험은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맛이었다.

대둔산은 흙길이 아니라 돌길이다. 계단도 많다. 삼선철계단의 여운을 뒤로하고 마천대에 올랐다. 삼선철계단의 지옥을 뚫고 맞이한 정상이라 더 감동이다. 모두 정상 정복의 환희를 만끽했다. 마천대는 하늘과 맞닿았다는 뜻으로 원효대사가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이번 산행의 최연장자인 유영희 대표(65)는 “이 나이에 대둔산을 완주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며 감격했다. 유 대표는 모두 일행들 덕분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가을 대둔산은 절경이다. 눈이 가는 곳마다 산수화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절경만으로 성에 차지 않았다. 여성 CEO들 다운 도전과 개척 정신이 발동했다. 정상을 찍고 다시 숨은 비경을 찾아 나섰다.

가을 숲에는 쉽고 편한 길과 가파르고 험한 길이 있었다. 숨은 비경을 맛볼 수 있는 길은 험한 길이다. 일행은 갈림길에서 잠시 머뭇거리다 두 갈래길 중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별로 없는 길을 택했다. 산행 지도에도 없는 길이 아닐까.

사진=고금순 산업유통포장주식회사 대표
"잡아주고 안아주고" 난코스를 만날 때마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며 하나된 모습을 보였다. 사진=고금순 산업유통포장주식회사 대표

쉽지 않았다. 낭떠러지를 내려가고, 한 발씩만 디딜 수 있는 돌길을 건너고 암벽을 타야 했다. 돌아가는 길은 없었다. 사방이 절벽이었다.

발걸음이 멈췄다. 사람 키보다 훨씬 높은 수직 바위를 내려가야 했다. 밧줄을 잡고도 쉽지 않았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김정남 씨앤씨밸류 대표가 아래쪽에서 큰 돌을 옮기고 있었다. 수직 바위 앞에 돌을 쌓아 발 받침대를 만들었다. 일행 중 몇 사람은 아래에서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를 내주며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게 도왔다. 잡아주고 안아주고l...모두 하나가 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두 갈래 길 중 쉬운 길을 원했던 이명화 현웅디자인 대표와 류선미 더비코리아 대표는 난코스를 만날 때마다 응석을 부렸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내뱉는 말이 오히려 긴장을 풀어주는 활력소였다. 두 대표는 산행 내내 즐거움을 선사했다.

안도한 것도 잠시. 난코스가 나타났다. 거대한 바위 옆에 두 발이 겨우 비껴갈 수 있는 곳이다. 집채만한 바위에 몸을 바싹 붙이고 한 걸음씩 옮기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 붙잡을 것이라곤 허공 뿐이다. 잘못 헛디디면 낭떠러지다. 긴장한 탓에 식은땀이 나고 온몸이 후들거렸다.

사진=윤순자 (주)에스비투지 대표
"발 아래 첩첩산중" 숲속에 난 두갈래 길 중 험한 길을 택한 덕에 기쁨이 두배가 됐다. 사진=윤순자 (주)에스비투지 대표

삼선철계단의 지옥은 지옥도 아니었다. 산악대장은 웅성이는 일행을 진정시키며 한 명씩 차분하게 건너갈 수 있도록 울타리가 되었다. 함께 한 일행들이 아니었다면 참으로 난감했을 뻔했다.

또다시 몸을 던져 뛰어내리는 곳이다. 김영미 변호사가 먼저 내려가 위쪽의 일행을 몸으로 받았다. 김 변호사는 “힘든 산행을 같이하면서 뜨거운 전우애가 생긴듯 하다”며 뿌듯해했다.

이젠 암벽이다. 다리에 힘이 빠진 채 밧줄을 잡고 바위를 탔다. 숨을 헐떡이는 사이 사방이 탁 트인 너럭바위가 마중했다. 산 아래 첩첩산중. 숨은 명소가 반겼다.

먼 산을 바라보며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소환했다. 숲속에 난 두 갈래 길 중 우리는 사람들이 적게 지나 간 길을 택했다. 험한 길을 선택한 덕분에 아찔한 경험과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더했다.

하산 길 역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로 들어섰다. 전날 내린 비로 촉촉해진 산길이 끝도 없었다. 졸졸 흐르는 냇물 소리에 몰려오는 피로가 뒷 걸음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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