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돈 시간 건강이 골고루 갖춰지면 정말 자유롭게 살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마음대로 살아갈 수 없는 이유로 돈이나 시간, 또는 건강을 꼽습디다. 살아가면서 돈과 시간과 건강이 한꺼번에 다 따라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젊어서는 돈이 없고, 돈을 벌어야 할 땐 시간이 없고, 조금 살만해지고 나니 건강이 없더라는 이야기를 어르신들께도 자주 듣지요. 빨간 스포츠카 이야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젊은 시절엔 누구나 한 번쯤 빨간 스포츠카를 꿈꿔보지만 정작 그걸 살만한 경제력은 나이가 들어서야 생기게 된다는 현실. 그 때문에 빨간 스포츠카는 태생부터 많이 팔려나가기가 어려운 물건이래요.

비슷한 예로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도 있어요. 명품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달릴 형편이 되려면 이미 젊음을 다 보내버린 후라는 이야기죠. 그래도 오토바이는 스포츠카보다 조금 낫대요. 아내 몰래 다른 곳에 숨겨놓을 수 있고, 타고 다닐 땐 얼굴을 가릴 수도 있으니까. 그래선지 쌩쌩 달리며 젊은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는 오토바이족 중에 바람막이 스카프를 벗고 나면 의외로 나이 드신 분이 꽤 많다고들 합니다.

“만약 돈과 시간과 건강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당신은 뭘 하고 싶으세요?”

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돈을 펑펑 쓰고, 시간을 펑펑 쓰고, 건강을 펑펑 쓸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살기를 원하는 사람일까요. 우선‘뭘 하고 싶으세요?’라는 마지막 부분에서부터 생각이 콱 막힙니다. 나는 정말 뭘 하고 싶을까. 그걸 찾을 수만 있다면 장담컨대 두 번째 인생은 성공적으로 살아낼 가능성이 열 배는 높아질 겁니다.

생각을 거듭거듭. 뭘 하고 있을 때 시간도 안 아깝고 돈도 안 아깝고 건강도 안 아까울까. 뭘 해야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까. 뭘 하고 살아야 즐거운 여운까지 남을 수 있을까.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명예를 가져다주는 일도 아니면서 그저 괜히 신나고 설레어 자꾸만 하고 싶은 것, 그런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몇 년 고민 끝에 드디어 머릿속에 어렴풋이 서광이 비쳤습니다.

여행작가! 글과 여행을 조합하니 불현듯 이런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글은 이미 저와 케미가 검증된 상태였지요. 수십 년째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글을 썼으니까요. 글을 잘 써서 많이 썼던 건 아닙니다. 쓰는 걸 즐기다 보니 시나브로 제법 잘 쓰게 된 꼴이지요. 일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으니까. 여행은 글처럼 검증이 된 대상은 아닙니다. 그건 어쩌면 저에게 빨간색 스포츠카나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처럼 가까이 가지 못해 안달이 난 한때의 로망일 수도 있겠지요. 그걸 알면서도 제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합쳐 여행작가라는 답을 만들어놓고 나니 괜히 마음이 설렜습니다.

“만약 저에게 돈과 시간과 건강이 허락된다면 마음껏 글 쓰면서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그 답을 찾아내느라 저는 5년을 썼습니다. 당신은 돈과 시간과 건강이 허락되면 뭘 하고 싶으세요?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독립출판 섬 대표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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