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교대역 코지모임공간에서 열린 김희은 작가의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 북 콘서트에 참석자들이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진=소셜타임스

[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20년간 러시아에서 경험하고 배운 미술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게 된 참 좋은 시간이었다”

“그 어떤 북 콘서트 보다 좋았다”

“러시아 그림이 울림과 감동,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김희은 작가가 펴낸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자유문고) 북 콘서트 참석자들이 쏟아낸 찬사다.

지난 7일 서울 교대역 코지모임공간에서 열린 북 콘서트는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서거나 보조의자에 앉아도 행복한 표정들이었다. 부산과 대구 전주 등지에서 KTX를 타고 왔다는 참석자들의 얼굴에도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작가는 참석자들이 너무 많이 몰린 탓에 약간 긴장한 듯했다. 그러나 이내 달변의 솜씨를 숨기지 않았다.

러시아에는 세계적인 화가들이 많이 있다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샤갈이나 칸딘스키도 러시아 출신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러시아 그림의 키워드는 리얼리즘이다.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그림은 가치가 없다’고 할 정도로 화가들이 민중의 눈과 귀가 되어 가슴으로 화폭을 채웠다.

이날 김 작가는 러시아 미술은 어떤 것인가, 19·20세기의 그림은 어떤 그림이며 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곁들여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 미술에 영향을 미친 4대 작가에 대한 열정적인 강의는 참석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4대 작가로 알렉산드르 이바노프와 이반 크람스코이, 일리야 레핀, 미하일 브루벨을 꼽았다.

세계적인 화가 일리야 레핀은 사실주의의 거장이다. 레핀의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는 오랜 유형을 끝내고 막 돌아온 혁명가와 그를 맞이하는 가족들을 그렸다. 극도의 긴장감이 흐른다.

지친 영혼과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의 표정은 등 뒤에서 쏟아지는 햇빛에 가려 정확히 알 수 없다. 작가는 혁명가의 표정을 설렘과 반가움, 낯섦, 긴장감, 미안함 등 복잡한 심경으로 읽어낸다. 그림에 빛을 입혀 보이지 않는 표정을 통해 내면의 심리를 상상하게 하는 레핀의 천재성이 돋보인다. 가족들의 다양한 표정 또한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감성적 언어로 풀어냈다.

레핀은 프랑스 유학시절 빛의 표현을 공부했고 러시아에 귀국한 후에도 계속 몰두했다.

알렉산드르 이바노프는 러시아의 구원을 갈망하는 자신의 의지를 화폭에 담기 위해 붓을 들었다. 대작인 ‘민중 앞에 나타난 그리스도’는 실제 그림과 맞닥뜨리면 어마어마한 위용에 감탄하게 된다는 김 작가의 말에 참석자들은 탄성을 자아냈다. 이바노프는 시대의 개혁과 변혁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화가다.

이반 크람스코이의 ‘미지의 여인’은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주인공 안나가 입은 검은 벨벳 차림을 하고 있다. 19세기 중후반 러시아 귀족풍의 여인을 묘사했다. 김 작가는 트레차코프 미술관을 방문하게 되면 러시아 최고 미녀인 ‘미지의 여인’과 눈길 한번 맞춰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될거라고 권했다.

노을 지는 돌산에 앉아 먼 곳을 응시하는 서글픈 눈동자의 남자. 미하일 브루벨의 작품 ‘앉아 있는 악마’에서 묻어나는 고독은 상처받은 영혼을 스스로 달래는 고독이라고 김 작가는 설명한다. 상반된 이미지...생동적인 근육질과 우수에 젖은 고독이 묘한 매력을 뿜어낸다.

이 작품이 만화 주인공 ‘까치’ 이미지를 탄생시킨 모티브였다는 말에 참석자들은 감탄했다.

김 작가는 “죽을 때까지 러시아 그림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러시아에 첫 발을 내디딘 지 20년. 8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러시아 유학길에 올랐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한다. 러시아어를 읽지도 쓰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문맹인 생활이 깜깜한 동굴 속에서 보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때 우연히 들른 트레차코프 미술관이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김 작가는 니콜라이 야스센코의 ‘삶은 어디에나’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시베리아행 열차가 간이역에 잠깐 멈춘 사이 유형 떠나는 혁명가들이 기차의 창틀 사이로 햇빛을 즐기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죽음의 땅으로 향하는 그들이지만 절망하지 않는다. 이 그림 앞에서 작가는 ‘잘 살아봐야지’라는 의욕을 부여잡고 그때부터 러시아 그림을 공부했다. “러시아 그림은 나에게 공기 같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김 작가는 러시아 미술관과 박물관을 700회 정도 드나들며 느끼고 공부했다고 말한다. 작가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털어놓았다. 이날 북 콘서트 강연 후 참석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 그림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김 작가는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행복한 나머지 욕심이 앞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해 아쉽다”며 “앞으로 러시아 그림을 통해 좀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작가는 러시아와 한국에서 갤러리 까르찌나를 운영하며 아트딜러, 전시 기획자 및 큐레이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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