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나날이 홀로 되는 삶을 꿈꾸고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사람이 과연 혼자서만 살 수 있을까요? 홀로 되는 삶을 꿈꾼다는 자체가 어쩌면 관계가 무성한 자만이 누리는 투정이기도 할 겁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족이라는 혈연이 저절로 생기는 데다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관계망에 무수히 연결되니까요. 저 역시 엄마학교협동조합을 만들기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만났고 그들의 이합집산에도 깊이 관여하곤 했습니다.

양가 사촌 이내만 모여도 수백 명은 될만한 번다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사람 사이에서 부대끼며 자라다 보니 스스럼없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습관이 몸에 배었나 봅니다. 덕분에 저의 개인적인 취향과 관계없이 여러 가지 모임을 기획하고 조직 운영하는 일을 많이도 맡았습니다. 하지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끼리 만나서 뭘 같이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지 그만큼 더 여러 번 경험한 셈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는 정말로 혼자 훨훨 날아다니며 가벼워지리라 다짐했건만, 어쩌다 보니 다시 또 엄마들을 만나 협동조합을 세우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정말이지 선뜻 용기가 나질 않더군요. 엄마를 바로 세우자는 소명만 아니었다면 아마 끝까지 거절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함께 한 지 올해로 꼭 3년이네요. 각자의 생업을 유지하면서 일주일에 하루씩만 투자하자고 약속했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되나요? 자나 깨나 자꾸 그 생각만 하게 됩디다. 그동안 우리는 각자의 막연한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무모한 상상과 도전을 거듭했지요.

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 전체가 누구나 자발적으로 움직이면서 평등하게 꾸려갈 수 있는 조직이라고 하지만 그것도 뭔가 나눠갈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간 다음 이야기에요. ‘돈’이라는 절대적 동기부여 없이 사람을 모으고 함께 마음을 나누면서 기꺼이 일을 하려면 그만한 묘책이 또 필요합니다. 벌어들이는 돈으로 교환하려는 우리들의 최종 ‘가치’는 어떤 것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해야요. 즐거움, 성취감, 소속감과 같은 것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고민도 해야 하고요. 이렇게 그동안 제가 했던 일은 눈에 보이는 업무가 아니었어요. 하나의 공동체를 지탱하는 구심점으로 보이지 않는 노력을 해내야 하는 것이었죠. 어쩌면 이런 역할 자체가 엄마들이 가정을 유지하며 해내는 일 아닌가 싶어요.

내년부터는 굳이 온 힘을 쏟지 않아도 저절로 다들 자기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정도까지 온 것 같아요. 이젠 각자의 자립을 기초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협력 체계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신뢰도 쌓였지요. 앞으론 함께 하는 것에만 기대지 않고 오롯이 혼자로 설 수 있는 개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해야죠. 서로가 서로에게 짐이 되지 않고 시너지를 내면서 동행할 수 있으려면요. 그렇게 한 고비 겨우 넘고 나서 저절로 든 생각이 마치 아이들 다 키우고 엄마로서 든 생각과 너무도 비슷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사람은 평생 이렇게 홀로 서는 것과 함께 하는 것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을 타며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독립출판 섬 대표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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