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채동하 기자]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2일 일제히 신년회를 열고 2020년 힘찬 도약을 다짐했다. 신년회에서 드러난 그룹 총수들의 색깔은 각양각색이다.

4대 그룹 총수인 삼성전자 이재용(51)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49)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59) 회장, LG그룹 구광모(41) 회장 등의 새해 키워드를 짚어본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새로운 도약’

삼성전자는 2일 경기도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시무식을 개최했다.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 등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고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연구소를 찾았다. 이 부회장이 시무식에 참석하지 않고 조용한 가운데 신년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노조 와해 재판 등이 진행 중인 상황 등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 2일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의 발언이 이를 뒤 받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고 해 문 대통령이 신년회에서 강조한 '상생 도약'에 대해 화답으로 해석된다.

이날 이 부회장은 반도체연구소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3나노 반도체 공정기술을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정의선 수석부회장 ‘혁신’

딱딱한 시무식보다는 새롭게 시작하는 신년회, 형식적인 정장보다는 자율복장. 현대차그룹의 신년회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직접 발표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래의 목표를 제시하고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기술 혁신과 사업기반 혁신, 조직문화 혁신, 고객 최우선을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20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내세운 2019년 목표는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 나가는 게임 체인저로의 도약’이다. 올해부터는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실행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특히 "전기 동력 차량과 자율 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매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5년간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 주행 분야는 앱티브사와 공동으로 설립한 미국 합작법인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2023년에는 상용화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며 명확한 사업 계획을 제시했다.

이는 정 수석부회장이 미래 가시적 성과를 위해 구체적이고 분명한 중장기 목표와 실행계획의 이정표를 세우고,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반드시 실행하겠다는 뜻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20년 SK 그룹 신년회에서 구성원 대표들이 행복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SK

▲ SK그룹 최태원 회장 ‘행복과 소통’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별도의 신년사 없이 2일 열린 신년회에 참석했다. 이날 진행된 다양한 이해관계자 인터뷰, 특별 초청한 이해관계자 대표들의 현장 발언, 신입사원을 포함한 구성원들 간 대담 등을 경청했다. 이날 현장 발언에는 소셜벤처 지원 사업을 하는 ‘루트 임팩트’ 허재형 대표 등이 나섰다.

SK 측은 “파격적인 방식의 신년회를 도입한 것은 SK가 지향하는 행복과 딥 체인지를 고객, 사회와 함께 만들고 이루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 전도사’로 불리는 최 회장은 지난해 ‘행복 토크’ 100회를 진행하며 구성원들의 행복과 소통에 힘써왔다. 이날 신년회 소감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구성원들이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언급도 행복경영과 소통의 한 맥락이다.

SK 관계자는 “이번 신년회는 최태원 회장이 ‘행복 토크’ 등을 통해 강조해 온 행복경영에 대해 구성원들이 느낀 소회와 고민을 공유하고 실행의지를 다지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올해가 행복경영의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맞소송이 알려지면서 SK 지배 구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노 관장의 재산 분할 재판 결과에 따라 SK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불확실성이 행복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LG는 강당 시무식이 아니라 모바일과 PC 등 디지털을 이용해 전 세계 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사진=LG

▲ LG 구광모 회장 ‘고객 가치’

관행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시대를 읽고 실천하는 41세 젊은 구광모 회장의 변화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LG가 임직원 수백 명이 강당에 모이는 시무식 대신 올해는 모바일과 PC 등 디지털을 이용해 전 세계 직원들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기승전 고객’인 구 회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고객 가치를 실행에 옮기자”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은 반드시 마음에 새겨야 한다”며 “2020년은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이라며, 경영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을수록 고객 가치 실천을 위한 LG만의 생각과 행동을 더욱 다듬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 가치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페인 포인트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고객의 마음을 읽었다면 앉아서 검토만 하기보다는 도전하고 시도해야 한다”며, "안 되는 이유 백 가지를 찾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해야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위해 바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객 가치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고객 감동”이라며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였으니 이제 끝이다' 하지 말고, 이제부터가 또 다른 시작이란 마음으로 끝까지 고객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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