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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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타임스=채동하 기자]

직장인 A씨는 다세대 주택과 일반 주택이 밀집된 곳에 위치한 건물에서 업무를 마치고 나오면서 화들짝 놀랐다. 늦은 시각이었지만 사방이 너무 어두웠다. 가로등이 드문드문 설치된데다 불빛조차 흐렸다. 게다가 행인까지 없어 두려운 마음이 엄습했다. 뉴스에서 접한 범죄도 떠올라 두려움이 엄습했다.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큰 길을 향해 뛰다시피하며 도로에 나와서야 가슴을 쓸었다.

B씨는 밤에 운전하다 보면 수도권 뿐만 아니라 서울이지만 약간 외진 곳은 가로등이 드문드문 설치돼 있어 무섭고 불안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A씨와 B씨 같이 골목길과  외진 도로에 가로등을 더 많이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주장이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이를 활용해 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청ㆍ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범죄예방 환경조성(CPTED) 시설기법 효과성 분석 연구’ 결과 가로등ㆍ보안등만 설치해도 범죄가 16%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CPTED는 건축물 등 도시시설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하는 환경으로 조성하는 기법과 제도다.

이번 연구는 범죄 예방시설인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비상벨, 조명 등이 실제로 어떠한 범죄 예방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했다.

연구결과 골목길 등 공동생활공간에서는 조명(가로등ㆍ보안등)과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범죄 예방효과가 높았다. 공동주택 등 건축물 내외 공간에서는 공동현관 잠금장치(도어락)와 같은 출입통제장치가 가장 범죄 예방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명이 설치된 가로 공간에서는 야간에 발생하는 강·절도 등 5대 범죄가 약 16%가 감소했다. 주취 소란ㆍ청소년 비행 등의 무질서 관련 112 신고가 4.5% 줄었다.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설치된 곳에서는 감시 범위(100m) 안에서 야간에 발생하는 5대 범죄가 약 11%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2016년에 41.64건에서 2018년 36.95건으로 약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폭력 범죄는 2016년 24.86건에서 2018년 22.38건으로 줄었다. 절도 범죄 발생이 2016년 14.49건에서 2018년 12.51건으로 감소했다.

또한 다세대ㆍ원룸 등 공동주택 건물의 1층 현관에 공동현관 잠금장치(도어락)가 설치된 경우, 그렇지 않은 건물과 비교해 범죄가 약 43%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반면 비상벨ㆍ반사경ㆍ거울(미러시트)ㆍ벽화 등의 시설은 범죄나 112 신고가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시설들은 최근 범죄 예방 환경개선 사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다. 다만 이 시설은 범죄 자체의 감소보다 주민의 범죄 불안감 해소에 주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범죄 예방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은 “이번 연구는 각 방범시설의 예방효과를 세밀히 분석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사례가 드문 연구로 학문적 의의가 크다”며 “이를 통해 우리 국민이 범죄로부터 더욱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번 연구는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셉테드(CPTED)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우리 지역사회와 함께 과학적 분석에 바탕을 둔 치안정책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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