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코로나 공포가 전 국민을 숨죽이게 만드는 요즘, 경제가 위축되고 모임이 취소되면서 사회 곳곳이 혼돈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 된 바이러스가 이렇게나 큰 파장을 불러들일 만큼 위력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한 것이었나에 대한 의문과 판단도 난무합니다.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는 저마다 가치관에 따라 해법이 다릅니다. 상황이 일단 터지면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물결을 개개인이 거스르긴 어렵지요. 그러니 다들 끌려다니면서 불만을 터뜨리게 되나 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서로 합심해서 시스템을 가동하고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능력이 생겼다는 사실은 꽤나 고무적입니다. 이 사태가 끝나면 전체 진단과 평가를 통해 앞으로 좀 더 향상된 매뉴얼을 만드는 것으로 완결되어야 이번 고생도 배움의 의미가 더해지겠지요.

이런 와중에 또 다른 이면도 눈에 띕니다.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갑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난 거지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사놓기만 하고 펴보지도 못했던 책들을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미뤄두었던 취미생활을 시작하거나 옷장 정리, 반찬 만들기 같은 일상 노동으로 하루를 풍요롭게 보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 올라옵니다. 휴원과 휴교령에 힘입어 나갈 데가 없어진 가족이 드디어 한 집에 모여 말만으로 떠들던 ‘저녁이 있는 삶’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심심한 시간이 생겨나고 있는 거죠. 저는 발칙하게도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곤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서도 경험적으로 심심할 때가 가장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엊그제 만난 글 친구는 드디어 매일 하루 한 장씩 글 쓰는 모임을 시작했대요. 직접 만나는 게 아니고 공동 채팅방에서 각자 글을 써서 사진으로 인증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답니다. 요즘은 그런 식의 자기 주도 공부 모임이 꽤 많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만 먹으면 유튜브 등을 통해서 배우고 혼자 실천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공동 채팅방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서로 자랑하고 응원하면서 동기를 얻는 방식이죠. 남보다 책임 의식을 가지고 좀 더 공부하기 위해서 기꺼이 모임장을 자청하는 친구들도 생겨납니다.

돌아보면 저 역시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스스로 작은 학교를 만들어냈던 것 같습니다. 무너진 자기 회복을 위해 감정의 배수로를 찾아다니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객쩍은 조언이 아니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일시적인 말동무 역할로 10년 이상 에너지를 소진하고 난 뒤였어요. 그렇게 시작한 작은 학교가 더 발전된 다른 학교를 잉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열게 된 아티스트웨이 연구과정이 요즘 특별히 그 심심함의 덕을 보고 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어서 시작했지만 하마터면 조금 버거울 수도 있었던 일정이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약속이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오롯하게 정성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게 신의 뜻일까요.

이번 일을 계기로 사람들은 자기의 콘텐츠를 어떻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으로 쉽게 연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조금 더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글로 저장해서 주고받는 방법이 있지만, 이미지나 음성으로, 실시간 화상 채팅으로 발전하는 중이니 새로운 방식의 무수한 학교가 더 만들어질 것 같아요. 우리가 고민하고 생각했던 학교는 점점 그 모양을 달리하고 있어요. 과연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그 와중에 우리 배움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살펴보는 요즘입니다.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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