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코로나 19가 세상을 휩쓸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가 갑자기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신문방송에서도 날마다 빨간색 글자로 실시간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뉴스 속보처럼 올라오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던 막연한 논란과 모호함이 순식간에 선명한 숫자로 바뀌면서 애매하던 마음을 수시로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을까.

바이러스에 걸려서 덜컥 죽을까 봐?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생각보다 치사율이 그리 높지 않단다. 걸리면 무조건 일정 기간 사회에서 격리될까 봐? 이건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일상을 완전히 마비시키니까. 어떤 사람은 자신이 바이러스를 옮기는 숙주가 되어 남에게 피해를 줄까 무서워서라고 말한다. 마스크 안 쓴 사람을 노려보는 눈동자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이타성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확진자로 밝혀지고 나면 지난 2주간의 개인 행적이 대중에게 탈탈 털리게 되는 것도 질색이란다. 그렇고말고, 아무렴. 나 역시 언론이 필요 이상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요즘 하나 더 생긴 불안은 이 병에 대해서 도무지 밝혀진 게 없어서란다. 걸려도 대부분 낫는다고 하지만 나중에 더 큰 후유증이 생길지 누가 아느냐는 이야기다.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언제나 이렇게 깊고도 세세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전파력에 비해 치사율이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자세히 몰랐던 거지만 인류 역사상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위력을 가진 유행성 병균이 끝도 없이 생겼다가 사라졌으니까. 꾸준히 발전되고 있는 의료체계와 선진화된 대처방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병은 이렇게 자꾸 생긴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의 활동 현황은 그 공포감마저도 더할 수 없이 생생하다. 글로벌 스마트 세상이 가져다주는 동시상영 효과라고나 할까.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일제히 문을 닫으니 난데없이 집안이 난리다. 제각기 지내던 가족은 길들지 않은 울퉁불퉁함으로 연일 시끄럽다. 답답해서 동네 산책을 나왔더니 아무도 없는 음식점에 혼자 마스크를 쓰고 우두커니 앉아 있는 가게 주인이 듬성듬성. 유명 맛집은 이 와중에도 여전히 문전성시. 이래저래 당분간 경제 상황은 급속히 나빠질 수밖에 없겠구나 싶어 다시 답답.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세상에 태어난 이래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 몇 가지나 있었을까 싶다. 수많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끊임없는 탐구와 도전이 바탕이 되어 여기까지 왔지 않은가. 이렇게 알 수 없는 위험이 나타날 때마다 사는 일을 올스톱하고 전력으로 대응할 여력이 또 있을까. 쪼그라지는 마음을 가다듬어 숨을 고른다.

속상함 사이에서 슬며시 희망을 품어본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강제적 휴지기를 맞은 우리가 어쩌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적 진보를 이뤄낼 것만 같아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에 대한 성찰의 시간에 얼마나 깨닫는 것이 많으랴. 이 야단법석의 터널 속에서 나 역시 어떻게 내 안의 두려움과 담담하게 마주 설 수 있는지 연습해보려고 한다.

▲김정은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 저자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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