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 교수

[소셜타임스=정은영 기자]

코로나19 중증 환자 2명이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하는 치료를 받고 모두 완치됐다. 코로나19에 뚜렷한 치료 약이 없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치료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혈장 치료는 코로나19 완치자에게서 획득한 항체가 들어있는 혈장을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최준용·김신영 교수팀은 국내 처음으로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2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는 이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 등 감염에 사용된 바 있다.

이 연구 논문은 이날 발간된 국제학술지 'JKMS'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총 2명의 중증 환자에게 혈장치료를 시행했다.

이중 한명은 71세 남성으로 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후 병원에서 하이드록시 클로로퀸 등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받았지만 폐렴 증상이 좋아지지 않아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71세 남성이 혈장치료를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사진으로 혈장치료 후 폐렴 등으로 뿌옇게 보이던 폐가 나아지고 있다. 사진=국제학술지 'JKMS'
71세 남성의 혈장치료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사진. 혈장치료 후 폐렴 등으로 뿌옇게 보이던 폐가 나아지고 있다. 사진=국제학술지 'JKMS'

도착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정상 성인의 경우 20회 이하)으로 흉부 X-선 검사에서도 양쪽 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을 보였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으로 기계호흡을 시작하고, 항바이러스제와 항생제를 지속해서 투여했지만 환자의 상태는 더욱 악화했다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의료진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20대 남성의 혈장 500㎖를 2회 용량으로 나눠 12시간 간격으로 환자에게 투여하고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했다. 환자는 혈장치료 이틀 후부터 산소 요구량이 감소했으며, 염증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도 떨어졌다. 이후 환자는 기계호흡을 끊고 자발적인 호흡을 회복해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혈장 투여 후 부작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또 다른 환자 1명은 고혈압 병력이 있는 67세의 여성으로 고열과 근육통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확진 3일째부터 호흡 곤란으로 산소요구량이 많아지면서 왼쪽 폐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71세 남성이 혈장치료를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사진으로 혈장치료 후 폐렴 등으로 뿌옇게 보이던 폐가 나아지고 있다. 사진=국제학술지 'JKMS'
67세 여성의 혈장치료 받기 전(좌)과 후(우)의 흉부 X-ray 사진. 혈장치료 후 폐 곳곳에 보이던 폐렴 증상이 개선됐다.사진=국제학술지 'JKMS'

이송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에도 93%(일반 평균 95% 이상)일 정도로 호흡증상이 심각했다. 면역결핍(림프구감소증)과 함께 CRP 역시 314 mg/L까지 상승했다.

의료진은 인공호흡기를 부착하고 말라리아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하고, 산소 수치를 높이기 위해 몸을 뒤집는 치료를 시도했다. 하지만 림프구감소증은 지속되고 고열은 멈추지 않았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도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림프구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흉부 X-선 검사에서는 폐의 침윤이 몰라보게 좋아졌으며, CRP 역시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이씨는 이후 완치 판정을 받고 3월 말 퇴원했다.

최준용 교수는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와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 림프구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면서 "중증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하는데 스테로이드 치료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지만,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혈장치료가 나름의 부작용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지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이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 치료와 병행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이어 "혈장치료를 위해 완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서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혈장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치료 가이드라인 관련해 서면으로 전문가들에게 검토를 받고 있다”며 “며칠 내로 지침 자체는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부본부장은 “코로나19 환자에게 회복기 혈장을 투입하는 지침은 과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에 만들었던 회복기 혈장 지침을 준용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 환자 9명에게 혈장치료를 시도했고 일부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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