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J는 프로게임 해설가다. 그는 어릴적부터 뭔가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 드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이며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더니 나중에는 던파(던전앤파이터) 게임에서 우승까지 하게 된다. 그 후 그는 대학을 다니다 군 입대를 했고 제대한 후 게임에 몰두하기 위해 학교를 그만 두었다. 부모로서는 “그래도 대학은 졸업해야 하지 않겠니?”라고 물으니 “제가 하는 일은 대학 졸업과 무관해요. 믿고 맏겨 주세요.”라고 대답했다. 부모는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지만 워낙 그의 의지가 강해 더이상 만류하지 못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그즈음 교육부 수장은 앞으로 미래에는 무슨 일이든 한가지만 집중하면 된다는 얘기를 했다. 부모는 흘려들었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집중력은 여러가지가 아니라 한가지에 주목하고 몰입할 때 길러지는 것이다. 아무리 지능지수가 높아도 여러가지를 동시에 관심을 가지면 집중할 수 없다. 또한 머리가 그다지 좋지 않아도 집중력이 높아지면 몰입도가 함께 높아진다.

이것 저것 두루 관심을 가지는 사람의 몰입도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자신의 뇌 역량의 10%도 발휘하지 못한다고 한다. 평범하게 태어나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정도로는 자신의 뇌를 충분히 활용할 이유조차 깨닫지 못한 채 편리함에 젖어 살게 된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극한 상황에 봉착해야 비로소 생각이 깊어지고 뇌를 활발하게 움직인다. 극한 상황이 아니라 할지라도 의식적으로 뇌를 활용하며 집중하면 몰입도가 자연스레 높아진다. 집중하려면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생각이 또 생각을 낳고 점점 몰입의 경지에 이를 수 있도록 인간의 뇌를 활성화 될 수 있다. 필자는 매주 몇 편의 칼럼을 쓴다. 한가지 주제를 정하고 하루 종일 그 주제를 곱씹으며 생각하면 글감이 떠오른다.

일단 글감이 떠오르면 그 때부터 다시 생각을 시작한다. 어떤 에피소드를 떠올리고 어떤 논리로 필자의 주장을 칼럼에 담을 것인지 생각을 반복한다. 그리고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다시 그 주제를 떠올리고 초안을 쓴 후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다시 글을 반복해서 읽어본다. 필자도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하기 이전에는 한가지에 집중하는 편이 아니었다. 워낙 다양한 주제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성향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십여 년 전부터 독서와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제는 작가와 강연자가 평생직업이며 본업이 되었다. 필자가 생각해봐도 예전에 비하면 몰입도가 많이 높아졌다. 필자의 의지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필자에게 주어진 소명을 의식하며 더욱 뇌 활동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다.

는 필자의 둘째 아들이며 이제 결혼해서 가정도 생겼고 지난해 무한도전과 워크맨에 나올 정도로 게임 해설가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굳히고 있다. J의 경우를 보면 한가지에만 10년 이상 집중하면 무슨 일이든 괄목할만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세상은 한가지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워낙 다양한 직업이나 일이 많아 생각을 가다듬고 한가지만 몰입하기 점점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가지만 집중하고 몰입하면 창직을 통한 평생직업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탓하고 외부 환경을 원망하고 자기 자신의 능력 부족을 한탄해봐야 남는 것는 후회 뿐이다. 그럴 시간이나 여력이 있다면 생각에 집중하고 한가지에 몰입하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보면 어떨까?.

▲정은상

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http://macarthurschool.com

저작권자 © 소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