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온 천지가 꽃밭이건만 코로나 19가 몰고 온 일상은 ‘잔인한 4월’에 ‘충격의 4월’ 이름하나를 더했다. 그 동안 지속되었던 우리네 삶의 패턴이 엄청나게 변화되고 있다. 향후 어디까지 변화될 것인지? 언제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갈 것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선진국 후진국을 막론하고 지구촌의 정치, 경제, 종교, 문화의 지평 위에 소리 없이 들이닥친 거대한 ‘재앙의 쓰나미’ 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 이후, 세상은 이전과 똑 같은 형태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음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재택근무, 화상회의, 인터넷강의, 온라인구매, 유튜브예배같은 비대면(非對面)활동이 급격히 늘어났다. 심지어 선거전선도 지축을 흔들며 양태를 바꿔놨다. 모두가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한 투쟁이요 방편이다. 한편 자연적으로는 이렇게 사람들의 움직임이 급격히 줄어들자 매연이 감소되고 인도에서 보이지 않던 히말라야산맥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공장들이 멈추니 공해가 줄어들면서 자연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생물을 포함하는 모든 생명들의 DNA속에 생명(生命), 즉 “살라는 명령”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이되는 것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기존백신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방편이고 이를 면역하는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은 인간이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요 도전에 대한 반응이다. 요즘 사회악으로 대두되고 있는 디지털 성매매 성착취범죄나, 보이스피싱 같은 것들도 지속적으로 인간의 허점을 파고들며 교묘하게 진화하는 모습은 마치 바이러스와 똑 같은 양태로 진화하고 있어서 이에 대응하는 수사나 예방방법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악(惡)의 진화에 뒷북만을 치는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현실인식과 미래 상상력 그리고 적응력의 싸움이다.

얼마 전 친구로부터 전해온 미국 어느 교회 앞에 표시된 ‘거리 두기 캠페인’ 멘트가 있다.

“오늘 2미터 떨어져 지내는 것이 내일 2미터 땅속에 있는 것보다 나으리라(6 FEET APART TODAY BETTER THAN 6 FEET UNDER TOMORROW)” 죽음에 용사 없고 돈에 장사 없다. 이것이 보편적 인간의 속성임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각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중심적인 본능이 “살라는 명령”을 따르는 기본 속성일 테니 말이다. 그러기에 국가의 정책이 인간의 보편성을 간과해서는 헛다리를 짚을 수 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특수한 상황을 무리하게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이야기다. 효과적인 처방은 바른 진단으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현재의 비상상태에서 어떻게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엄밀히 우리는 한 번도 살아보지 않았던 미지의 시간을 살아가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상상하고 예측하며 새로운 삶을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미래에 도움되지 않는 과거지식은 죽은 지식이다. 경험과 지식의 토대 위에서 반드시 미래를 향한 창발성이 발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움과 경험의 최종목적은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요 삶의 재료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류 과거 역사를 보면, 쓰라린 고통과 위협이 있을 때마다 반드시 반성과 반전의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질문으로부터 해답을 찾는 지혜가 창발되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문명과 발명품들은 예외 없이 고통과 질문의 현장에서 태동된 산물이요, 그 이전에 없었던 가치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의 난세 속에서도 비관과 허탈함에서 벗어나 우리의 관점을 수정해야 한다. 우리의 보편성을 인정하여 삼천포로 빠지는 것을 경계하면서 희망과 회복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전과 달리 익숙지 않은 삶의 모습이 눈앞에 전개될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긍정적으로 누리며 새로운 가치로 만들어 가야 한다. 과거 우리 인류조상은 우리보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이 적었을 지라도, 이보다 더 큰 위험과 어려움을 인내와 지혜로 극복하며 적응해 주었기에 오늘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도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에 대하여 우리 몫을 다해야 옳지 않겠는가? 하늘이 “살라는 명령”을 거두는 날 까지 우리는 우주역사를 이어가는 존귀하고 당당한 현직 주인공들 이니까.

▲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마음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꾸러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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