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조감도
8일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유치에 성공한 충청북도는 관계자들이 모여 자축하고 있다. 사진=충청북도청

[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1조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인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부지로 충북 청주시가 최종 확정됐다. 방사광가속기의 경제유발 효과가 6조7,000억원에 달해 유치 경쟁이 치열했던 청주는 축제 분위기이며 나주는 반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를 구축할 부지로 충청북도 청주시가 최종 선정됐다고 8일 밝혔다.

충북 청주와 전남 나주가 경합한 끝에 8일 청주가 부지로 선정되자 더불어민주당 이시종 충북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반면 같은 당 김영록 전남지사는 재심사를 요구하며 “나주에 가속기를 하나 더 구축해달라”고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방사광가속기 구축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5월 중 신청할 예정이다. 늦어도 2022년 이전 구축에 착수해 2028년에는 운영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방사광가속기가 뭔가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올려 물체를 꿰뚫는 밝은 빛(방사광)을 만드는 장비다. 가속기가 만든 빛으로는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구조나 살아 있는 세포의 움직임까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초고성능 거대 현미경으로도 불린다.

이 장비는 생명과학과 신약, 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산업의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시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와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등의 개발에도 방사광가속기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조감도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사업 조감도. 사진=충청북도청

바이러스 단백질 결합 구조를 밝히거나 첨단 소재의 물성 변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신약 개발이나 첨단 신소재 개발 등 기초과학은 물론 첨단산업에 활용된다.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은 기존 방사광가속기만으로는 연구기관이나 대학, 기업들이 이용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데서 시작됐다. 지난해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로 인해 소부장 분야 연구 지원을 위한 인프라 부족이 신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 필요성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국내는 가속기 3대가 운영 중이고 2대는 구축 중이다. 경북 포항의 3세대(원형), 4세대(선형) 가속기 2대와 경북 경주의 양성자 가속기 1대를 운영 중이다. 대전은 중이온 가속기를, 부산은 중입자 가속기를 구축하고 있다.

포항방사광가속기는 1995년 세계에서 5번째로 준공됐다. 지난 2011년 장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로 변모해 국내 산업계와 과학계 연구를 지원했다. 포항가속기연구소는 2016년 4세대 선형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했다.

하지만 최근 산업계에서 방사광가속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써야하는 연구 과제에 배정되는 시간은 실제 요구되는 시간의 절반 정도인 53%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에 충북 청주에 구축되는 방사광가속기는 4세대 원형 가속기다. 포항에 있는 4세대 선형 가속기와 구분하기 위해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로 불린다. 이 가속기는 3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보다 100배 밝은 빛을 내도록 설계된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에 따른 입장문을 발표하며, 세부적인 평가 결과 공개와 재심사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진=전라남도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에 따른 입장문을 발표하며, 세부적인 평가 결과 공개와 재심사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사진=전라남도

▲ 왜 청주인가

지난 6일 발표평가에서 청주는 90.54점, 나주는 87.33점으로 3.21점이란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선정위는 7일 현장점검에서 계획서와 다른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1순위 청주에 사업권을 안겨줬다.

기초연구와 미래첨단산업연구 핵심장비로 주목받는 신규 방사광가속기 구축 부지가 충북 청주시로 결정된 것은 ‘지리적 접근성’과 ‘연관산업 형성’이 좋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청주는 지리적 여건·발전 가능성·부지 안전성 등의 평가항목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현재 가동중인 방사광가속기는 영남권에 편중돼 수도권과 중부권에 집중된 방사광가속기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우선 청주는 접근성 측면에서 한반도 한가운데에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올 수 있을 정도로 입지가 좋다. 고속도로와 고속철(KTX), 청주국제공항 등 교통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전국 주요 도시 어디에서든 2시간 안에 청주에 갈 수 있다.

방사광가속기의 활용도가 높은 반도체 산업, 의약품·의료기기 산업·화학산업의 대부분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한데 모여 있어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하고자 하는 국내외 대학 및 민간연구소의 기술 지원이 가능하다.

또 청주 오창과학산단은 지난해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됐고, 국가 바이오산업의 메카인 오송생명과학산단과 인접해 있다. 충북도에 따르면 오창에는 260개 바이오기업, 90개 반도체 관련 기업, 657개 화학기업이 모여있다.

이시종 충청북도지사는 “충청북도는 2008년 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 이후 지난 12년간 많은 준비를 해왔고 역량을 키워 온 ‘준비된 재수생’”이라며 “오창 방사광가속기가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광가속기로 그 위상을 높이는 데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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