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정은영 기자]

국가조달 백신 입찰 과정에서 5,000억원대 담합을 벌이고, 30억원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신 도매업체 대표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4일 입찰 방해와 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백신 도매업체 대표 함모(66)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씨의 입찰 방해 행위는 국가 예방접종에 사용되는 백신 입찰 공정성을 해하는 것으로 재정 낭비와 위기관리시스템에 위험을 가할 수 있는 공익에 반하는 범죄"라며 "백신 공급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제약업체들과 조직적으로 담합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입찰 방해는 여러 차례지만 함씨가 범행을 주도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분명히 있다"면서 "이 사건 범행으로 함씨가 보건소 등에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국민 건강증진에 이바지한 경로를 폄하하기 어렵고, 부당이득만 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횡령 혐의에 대해 "횡령액 중 대부분이 접대비나 업무추진비 등 회사 업무를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함씨는 피해 회사들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횡령액 전액을 변제했고, 피해가 회복됐다"고 말했다.

또 배임증재 혐의 역시 함씨가 주도했다고 보기 어렵고, 함씨가 소극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이며 배임증재 상당 금액이 함씨 자수로 밝혀진 점을 감안했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함씨가 각 범행을 모두 인정했고 구속 기간을 비롯해 재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 점, 구속 기간에 부친과 모친이 모두 세상을 떠나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아픔을 겪은 점, 국가와 사회에 공헌해 여러 차례 표창을 받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함씨는 군부대와 보건소 예방 접종을 위한 국가조달 백신 입찰 과정에서 5,000억원대 입찰 방해를 벌인 혐의 등으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됐다.

함씨는 다른 도매상들과 담합해 이른바 나눠먹기식 응찰을 하거나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들러리로 세우는 등의 방법으로 입찰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함씨가 이 같은 방법으로 낙찰받은 금액이 3,700억원대인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함씨는 급여 명목 등으로 3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제약사 임직원들에게 거래 이익 보장을 대가로 19억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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