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입찰업체인 A사는 타 물품에 비해 경쟁률이 비교적 낮은 분석기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제조사나 대리점, 수입업체들이 모두 견적을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답변은 직접 입찰에 참여한다는 것이었다.

견적서를 받은 경우도 입찰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수요기관이 제시한 기초금액보다 높은 금액의 견적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분석기 관련 업체들은 일반 입찰업체들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견적금액을 높여 제시한 것이다. A사는 결국 견적을 받지 못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견적서를 주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동일시마즈 등 공공기관이 기초연구를 위해 발주한 물질 분석기 구매 입찰에서 담합을 저지른 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8일 국책연구소, 의료기관 등이 발주한 총 85건의 기초연구 관련 물질 분석기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동일시마즈 등 11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4억 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입찰 담합으로 적발된 업체는 동일시마즈, 퍼킨엘머, 써모피셔사이언티픽코리아,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동일시마즈스펙크롬, 브루커코리아, 신코, 인터페이스엔지니어링, 이공교역, 동일과학, 티에스싸이언스 등 11개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동일시마즈의 과징금이 1억9,300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퍼킨엘머 1억1,600만원, 써모피셔사이언티픽코리아 5,300만원, 한국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2,400만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국책연구소, 의료기관 등이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실시한 총 85건의 물질 분석기 구매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가격을 미리 합의해 정하는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시마즈는 담합에 참여한 건수가 73건에 이르며 이중 36건을 낙찰받았다. 퍼킨엘머는 44건에 참여해 20건은 낙찰받았고 24건은 들러리였다.

물질 분석기는 기초연구를 수행할 때 쓰는 기기로 약품과 식품 등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다. 적외선분광광도계, 자외·가시광선분광광도계, 원자흡광분광광도계, 유도결합플라즈마분광기, 기체크로마토그래피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들은 조달청에 입찰 공고가 뜨면 해당 분석기를 공급하려고 한 업체는 들러리 업체를 섭외해 입찰 서류를 대신 써주고 입찰 가격까지 정해줬다.

들러리 업체들은 다음 입찰 때는 자신들이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담합에 참여했다. 실제로 들러리로 참여한 건수와 비슷한 건수를 낙찰받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실시한 물질 분석기 구매 입찰에서 장기간 은밀하게 유지된 담합 행위를 적발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공입찰에서 이뤄지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한층 강화하고 입찰담합 예방 활동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자료=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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