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소셜타임스=채동하 기자]

경기도가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조달시스템을 자체 개발한다.

경기도는 가칭 ‘공정조달 기구’를 설치하고 공공 배달 앱 개발에 이어 두 번째 독과점 폐해 개선 조치로 조달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김기세 경기도 자치행정국장은 2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정부나 지방 출자출연기관, 지방공기업의 선택지를 늘려 건전한 공정조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공정한 조달시스템 자체 개발·운영 계획’을 공개했다.

김 국장은 “OECD 국가 중에 중앙조달을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과 슬로바키아뿐”이라며 “공정한 조달시스템은 나라장터와 싸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과점의 폐해를 개선하고, 불공정한 시장구조를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도는 이날 조달청이 운영하는 국가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의 공공물품 조달 시장 독점으로 ▲비싼 조달 가격 ▲조달수수료의 불공정한 분배 등 2가지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먼저 가격 비교의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비싼 조달 가격 문제를 짚었다. 실제로 경기도가 4~5월 나라장터와 일반 쇼핑몰의 물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나라장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공공조달물품 6,129개 가운데 실질적으로 가격 비교가 가능한 동일 모델은 10%인 646개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들 646개 제품 가운데 90개(13.9%) 제품은 시장 단가보다 오히려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이는 나라장터 물품과 시중 물품의 상호 가격비교가 곤란해 적정 수준의 물품 가격관리가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경기도는 지적했다. 감사원도 2018년 조달청에 대한 기관운영감사 후 나라장터 물품과 시중 물품의 규격(모델) 이원화로 가격비교를 어렵게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기도는 이런 상황에도 조달사업에 관한 법률 제5조 2가 나라장터에 등록된 물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시장 단가보다 비싼 가격에 공공조달물품을 나라장터에서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달수수료의 불공정 분배 문제다. 경기도는 시군과 산하 공공기관을 포함해 최근 3년간 조달계약 체결에 따라 약 246억 원을 조달수수료로 납부했다.

해마다 지방정부 전체에서 약 888억 원(2017년 기준)에 달하는 조달수수료를 조달청에 내고 있지만 이 수수료를 통해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고 지적했다. 모두 조달청 자체 운영비로 쓰거나 일반회계로 전출해 사용하고 있어 지방정부의 희생으로 조달청이 굴러가는 구조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는 지난 3월부터 자치행정국에 공정조달 태스크포스팀을 신설해 자체 조달시스템 개발‧운영 계획을 추진 중이다.

김 국장은 “경기도가 운영하는 조달시스템의 원칙은 지방분권, 지방재정 독립, 조달 시장 개방 경쟁 체제 구축”이라며 “이를 계기로 조달청은 조달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나라장터 운영 역할은 분리해 여러 조달시스템과 자율 경쟁을 통해 공공 조달 시장의 건전성을 확보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개발 계획은 우선 새로운 경기도 공정조달시스템에 시장 단가를 적용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나라장터의 조달물품 가격이 비싼 이유는 민간시장에 값싸고 좋은 제품이 있는데도 시장에 있지도 않는 물품 규격을 만들어 비싼 단가를 책정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시장 단가를 적용해 시장의 자율경쟁이 반영된 값싸고 좋은 제품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방역‧재난을 위한 공공행정 관련 입찰 편의를 제공한다. 이는 코로나19 같은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긴급입찰을 통해 안정적이고 신속한 물량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입찰 과정에서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고 도-시군 공동구매 기능도 반영할 예정이다.

입찰담합에 대한 모니터링제도 운영한다. 입찰 포기자와 하도급 선정업체, 유사 입찰 참여자와 낙찰자, 부정당 업체 정보를 데이터로 관리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 조사하고 수사 의뢰해 입찰담합 행위를 방지할 방침이다.

공정조달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맡을 가칭 ‘공정조달 기구’ 본원은 경기 북부에 두고 남부에는 사업소를 설치한다. 이는 북부 본원 설치 계획은 지역 균형 발전과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도정 철학을 반영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남부 사업소는 북부를 제외한 경기도 3개 권역의 기업과 다른 지방정부를 담당하게 된다.

아울러 공정조달에서 발생하는 조달 수익을 나눈다. 공동 운영에 참여하는 지방정부와 수익을 공유하고, 조달수수료를 많이 납부한 지방정부를 지원해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한다. 또 공정조달시스템 이용 시 발생하는 수수료나 지방 중소기업과 사회적기업의 품질 향상 경비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기도는 올해 추경을 통해 시스템 구축 설계 용역비를 확보하고 기획재정부, 조달청 등 관련 중앙부처 협의와 법령 개정 등을 건의하고 2022년 초 시범운영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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