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와 휴식에는 책 여행보다 좋은 게 없다. 긴 장마와 안전한 휴가에는 책 여행을 떠나보자.
슬기로운 휴가생활 준비물.

[소셜타임스=최희주 기자]

마른하늘을 본 게 언제인가. 어느 구름 속에 비가 들어있는지 헤아리던 때가 그리워진다.

코로나19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휴가 계획을 세우는 사이 긴 장마가 악마처럼 다가왔다.

예년 같으면 휴가 떠날 즐거움에 들떠 있을 법하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안전지대’를 찾아야 하는 데다 비는 그칠 줄 모른다. 

슬기로운 휴가 생활.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야외활동은 잠시 접어두고 자신과 이웃을 한 번쯤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안전지대와 여행, 휴식이라는 3가지 키워드가 매력적인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 마음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 꾸러미

늘 맞닥뜨리고 산다. 마음 감옥의 주범들인 분노, 슬픔, 염려, 걱정, 근심, 외로움...불행의 또 다른 이름인 마음감옥. 한번 갇히면 빠져나오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구중궁궐보다 더 외롭고 힘든 마음 감옥에서 해방될 수 있는 해법은 없을까.

저자 윤영호의 수필집 ‘마음 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 꾸러미’ (모두출판협동조합)가 특효약이다. 시인이자 수필가이며 칼럼니스트인 윤 저자가 마음의 빗장을 풀고 평안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공개했다.

이 책은 저자가 페이스북에 연재한 ‘행복 통신’을 엮었다. 행복, 신앙과 사랑, 후회와 혼돈, 지혜, 소통 등 5장으로 꾸몄다.

저자는 SNS 활동을 통해 대중 속에서도 고독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마주할 수 있었다. 편견과 아집으로 굳어진 각종 프레임의 덫이 보이지 않는 창살이 되어 우리를 가두고, 불통과 불안의 장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보게 됐다.

윤영호의 '마음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 꾸러미'
윤영호의 '마음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 꾸러미'

39년의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건 ‘나 홀로’가 아닌 관계 속의 ‘연결된 존재’로써 가능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이제는 이 세상에 무엇으로 은혜를 값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마음 감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하루빨리 탈출할 수 있도록 북돋우는 메시지를 던진다.

독서광이라는 어린 시절부터의 별명 값을 하듯 문학, 교육, 경제, 철학, 물리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열린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저자는 행복은 화려함에 있지 않고 평안함에 있으며, 허세는 겉을 꾸미는 것이기에 대낮에도 공허하고 진실은 있는 그대로의 것이기에 꿈결에서조차 한가롭다고 말한다.

권력과 돈과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진실되게 살아가는 것이 이 험난한 세상을 이기는 힘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지친 이웃과 서로 마음을 나누며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는 큰 선물이 될 듯하다.

책 내용이 삶의 문제들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아주듯 윤 저자는 실제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얽힌 실타래를 맞춤형으로 찾아주기 위해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가 됐다. 이쯤 되면 그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지지만 그의 바람은 소박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위안과 평안을 얻기 바란다”며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는 작은 오솔길이 되고 싶다”고.

▲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책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책의 크기가 작고 두께가 얇다. 포켓북 같다. 어쩌면 이 시대에 딱 맞는 책일지도 모른다. 깃털처럼 가볍게 살고 싶어 문장도 힘 빼고 썼다는 게 작가의 말이다.

산문집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씽크스마트) 의 김정은 작가는 오십이면 뭔가 다르겠지 생각했으나 그렇지 않다고 고백한다. 오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아직도 자신을 잘 모른다는 작가.

내가 무얼 원하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원래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떻게 해야 남에게 기대지 않고 나 혼자 살아갈 수 있을지. 50가지 생각을 주제로 마음 여행을 떠났다.

그의 여행은 고민부터 시작한다. 생각을 하나씩 들여다보기로 하고 뚜껑을 열었으나 고민부터 보였고 덤불을 지나고 포장, 폭력, 배분, 역린의 터널을 지나 50가지의 종착역인 생각에서 여행을 마무리한다.

생각은 무색무취. 행동이나 말씨 표정에서 나타나 숨길 수도 없다. 작가는 생각 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인생도 마냥 그게 그거라고 말한다.

김정은의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김정은의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젊어서는 돈이 없고 돈을 벌 때는 시간이 없고 돈과 시간이 생길 만하면 건강이 없어진다는 한탄을 자주 듣게 된다. 나이 오십이 돼도 돈, 시간, 건강의 한계에 얽매여 살아간다.

돈이 없고 드라이브 즐길 시간이 없어 꿈도 꾸지 못했던 빨간 스포츠가 어울리지 않는 중년. 그러나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전국을 누비는 많은 할배를 보면 오히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작가는 인생에 있어 그나마 돈 시간 건강이 골고루 될 만한 순간이 바로 지금 언저리가 아닐까 싶단다.

나이 오십. 남은 시간은 남이 아닌 나를 돌보며 조금이라도 덜 기대고 살아야 할 미래. 필요한 것을 관리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놓아주어야 한다.

작가는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비법을 소개했다. 노후의 불행은 대부분 관계의 빈곤에서 온다며 효도니 충성이니 그런 말보다는 함께 있을 때 서로에게 잘하며 행복을 쌓는 것이라고.

‘오지라퍼’인 김정은 작가는 엄마학교협동조합 이사장. 오지랖통신 발행인, ‘엄마 난중일기’저자이기도 하다.

▲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

그림으로 만나는 러시아의 역사와 문화, 민중들의 삶과 아름다운 사계.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자유문고)는 러시아에서 약 20년째 살고 있는 김희은 저자의 ‘작품’이다. 러시아의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을 수백 번 드나들며 느낀 것뿐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고 공부한 안목과 통찰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마치 한 편의 에세이처럼 술술 읽히면서도 깊이와 울림이 있는 해설이 러시아 그림을 만나는 즐거움을 더해 준다.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과 애정, 그리고 사실주의에 기반한 러시아 미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다. 결혼, 죽음, 전쟁, 보드카, 신화 등의 주제를 담아낸 그림들과 레비탄, 레핀, 샤갈, 말레비치 등 걸출한 화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김희은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
김희은 '미술관보다 풍부한 러시아 그림 이야기'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 그림은 가치가 없다.’ 러시아 그림을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사실주의다. 러시아 화가들은 민중의 눈과 귀가 되어 그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과 현실을 화폭에 담았다.

화가들은 현실 속 민중의 고통, 절규, 절망 등을 화폭에 담으면서, 또 한편으로 미래의 희망을 함께 그려낸다. 절망 속에 존재하는 희망...화가가 그림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림을 그냥 보고 느끼는 것도 감상의 한 방법이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그림이 그려진 상황과 화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림을 본다면 더 풍부한 의미를 보여주게 된다.

오랜 시간 러시아 그림과 마주해 온 저자의 내공이 담긴, 쉬우면서 다채롭고 풍부한 해설은 독자들을 러시아 그림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준다.

혁명적 열정과 시베리아 벌판의 차가움이 공존하는 러시아 그림의 세계가 펼쳐진다.

저자는 15년째 러시아 국립 트레챠코프 미술관과 푸시킨 박물관의 도슨트 일을 하며 그림 알리는데 열중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아트 딜러로서 러시아 그림 판매를 하고 있으며 갤러리 까르찌나 대표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며 한전아트센터에서 ‘러시아 현대 작가전’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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