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로 유명한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은 인간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했다. 거미 같은 인간, 개미 같은 인간, 꿀벌 같은 인간이 바로 그것이다.

거미는 빈둥거리다가 남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유형을 말하고, 개미는 열심히 일해서 자기만 잘 먹고 사는 유형을 말하며, 꿀벌은 열심히 일해서 남에게 꿀을 제공하여 유익을 끼치는 유형을 말한다. 한마디로 “이타적인 삶을 살아라” 라고 하는 교훈의 사례로써 적절한 비유다. 그러기에 이런 이야기를 우리는 훈시나 설교나 법문에서조차 심심치 않게 들어왔다. 누가 착한 가? 의 시각으로 볼 때 필자 자신도 당연히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생각의 차원을 달리하고 조금 더 넓은 시야로써 판단한다면 이것은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윤리와 단세포적 사고의 틀 속에서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그런 상대적 선악논리 하나의 잣대로만 거미를 단죄한다면 그렇게 살도록 지음 받은 거미는 어쩌란 말인가? 꿀벌이 그토록 애써서 모아놓은 꿀을 통째로 빼앗아먹는 인간은 거미와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생존하고 번식해야 한다는 명제 앞에서 그들 각자의 생존 방식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사람 손으로 직접 모내기 하던 옛 시절에, 논에 들어가기 싫은 이유 중의 하나가 지긋지긋한 거머리 때문이었다. 다리에 붙어 피를 빨아먹는 거머리는 떼어내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피가 멈춰지지를 않는다. 피가 응고되지 못하도록 피를 녹이면서 빨아먹기 때문이다. 이렇게 끔찍하고 백해무익했던 것처럼 보였지만 거머리는 ‘혈전 용해제’라는 의약품의 주원료로 쓰이고, 곡식만 축내는 줄 알았던 쥐 중에서 어떤 종류는 의약품 개발의 임상실험용으로 쓰이며, 특히 쥐의 뇌를 매개로 하여 일본뇌염 백신을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앞으로 거미가 어떤 용도로 쓰임 받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베이컨이 분류한 인간 중심의 ‘누가 착한가?’라는 단순 명제에서 과감히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발상을 전환하고 기준을 넓혀야 할 것이다.

부지런히 일하는 개미와 꿀벌이 산업사회에 적용되는 표준적 삶의 모델이라고 한다면, 거미는 탈 산업사회에 적용되는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어령 선생의 말에 따르자면 거미가 쳐놓은 그물(Net)망은 요즘 우리네 삶에서 필수불가결한 인터넷(internet )망과도 같은 의미로 비유되고 있다. 만들어놓은 연결 망을 통해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이야기다. 오늘날 세상에 구축되어 연결된 이 그물망(Inter-Net)은 우리의 삶의 질과 양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필수적인 수단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쉽사리 소멸될 수도 없고 어떻게 변종 될지도 예측할 수 없는, 그래서 현재 완벽한 치료제도 검증된 백신도 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예전의 사회로 100% 온전히 돌아갈 수 없다는 사회과학자들의 예견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재택 근무가 늘어나고, 비대면 화상강의가 주축을 이루고 거리 두기가 일상의 모습으로 자리잡으면서, 과거의 전통적 모델이 하루아침에 쓸모가 없어지고 기존 방식의 유용성이 재평가되어야 하는 현실을 목격한다.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던 것보다 더 예민한 삶의 아젠다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꿩”을 잡을 수 있어야 진정한 “매’다.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왔다 갔다 하면서 정신없이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가 없는 사람도 있고, 노는 듯싶지만 힘의 안배를 통해 결정적 순간에 성과를 내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기는 한데 성적이 부진한 학생도 있다. 내용을 잘못 집었거나 방법이 잘 못 되었기 때문이다.

“책상”보다 “발상”이다.

코로나19사태로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진짜 실력이 드러나고 있다. 자리만 차지하던 “책상”보다 난관을 극복하며 차고 나갈 수 있는 “발상”이 더 귀한 시대가 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는 여객기를 화물수송기로 활용하여 대체수익을 내고 있다. 틀을 깨는 발상이다. 지난 산업사회 기존 구조가 층층시하 피라미드 구조였다면, 이제 역할과 기능만이 존재하는 피자구조로 변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이나 조직이 살아남기 위해서다.

이제 상관의 눈도장 찍으면서 립서비스만 잘 하는 것으로 출세하는 시대는 갔다. 실속과 실력만이 우리 존재를 지켜주는 기반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실력이며 어떤 것이 진정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법이겠는가? 심각하게 고민해 볼 일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윤영호

한국공감소통연구소 대표

‘마음감옥에서 탈출하는 열쇠꾸러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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