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의 무료 접종을 하루 앞둔 21일 접종 일정이 중단된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질병관리청은 21일 "인플루엔자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점이 발견된 백신은 13∼18세 대상 물량이다.

독감 백신을 운반할 때는 2∼8도로 냉장 보관해야 하고, ‘콜드체인’이라는 냉장 상태가 잘 유지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이송 과정에서 백신을 상온에 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온 노출’이라는 사태를 일으킨 백신 운송을 맡은 업체는 신성약품이다. 신성약품은 주로 종합병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던 대형 의약품 유통업체로 지난해 4,2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 정부의 백신 조달 계약을 낙찰받아 백신 유통을 맡은 업체다.

국가예방접종사업은 조달청이 백신 공급 공고를 내면 도매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해 낙찰받은 뒤 각 제조사에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주문해 수령한 후 각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낙찰된 도매업체는 지역별 하청업체에 백신을 분배해 배송하게 된다.

신성약품은 8월 31일 입찰에서 10여개사와의 경쟁을 통해 올해 처음으로 정부의 독감 백신 조달 계약을 따냈다.

조달청에 따르면 신성약품이 올해 질병관리청과 계약한 물량은 1,259만1,190도즈(1회 접종분)다. 올해 정부가 국가 무료 예방 접종 대상자는 1,900만명이다. 따라서 신성약품 측이 담당하는 독감 백신은 정부 무료 접종의 약 66%에 달한다.

신성약품이 올해 처음으로 독감 백신 조달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백신 제조업체에서 공급확약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독감 백신 1도즈 공급가격을 지난해 평균 공급가격의 60% 수준인 8,790원에 제시해 유찰이 계속 됐다.

나라장터에 검색한 결과 ‘질병관리본부 2020-2021절기 인플루엔자 백신 구매’ 입찰은 지난 6월 24일 공고를 시작으로 4차례 유찰됐다. 최종 입찰에는 11개사가 참여했으나 2개사는 예가초가로 탈락했으며, 1순위였던 주식회사 서준약품은 제조사의 공급확약서를 제출하기 못해 적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지난 8월31일 개찰한 '인플루엔자 백신 구매'에서 공동 2위 8개사 중 제조사 공급확약서를 제출한 신성약품이 낙찰 됐다.

예정 가격의 99.778%로 투찰한 공동 2위 업체 8개 중 신성약품이 제조사의 공급확약서를 제출해 최종 낙찰 받았다.

제약 업계에서는 올해 독감백신 가격이 워낙 낮게 책정돼 계속 유찰될 수 밖에 없었다는 반응이었다.

신성약품은 낙찰받은 뒤 백신 운송을 냉장유통할 수 있는 백신 전문 물류업체에 맡겼다. 이 물류업체가 전국으로 백신물량을 운송하기 위해 냉장차에서 냉장차로 백신을 옮겨 싣는 작업 중 상온에 노출됐다.

신성약품의 ‘상온 노출’과 관련해 낙찰 업체 선정이 늦어짐에 따라 납품 일정의 촉박으로 인한 준비 소홀과 물류업체 감독 소홀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독감 백신 운송의 구체적 과정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상온 노출 시간 등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플루엔자(독감)백신 국가접종분 유통을 맡은 신성약품은 백신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온도가 제대로 유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독감 백신 접종 중단 관련 브리핑에서 "조달 계약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백신 냉장 온도 유지 등의 부적절 사례가 어제 오후에 신고됐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조달 계약에 따라 신성약품은 무료 접종 대상자에게 공급할 백신 1,259만 도즈(1회 접종분)를 각 의료기관에 공급하게 되는데, 전날까지 500만 도즈 정도가 공급됐고 그중 일부 물량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냉장차가 (백신 물량을) 지역별로 재배분하는 과정에서 상온에 일부 노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노출 시간, 문제 여부 등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달 계약을 맺은 업체가 직접 보고한 것은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신고가 들어와 확인됐다"면서 "어느 정도 물량이 문제가 된 것인지 등은 객관적인 서류, 조사 등을 통해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 단백질 함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일단 접종이 보류된 500만명분 가운데 문제의 상온 노출 물량에 대한 유통과정 전반과 품질 이상 여부 등을 검사할 계획이다. 백신의 품질을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데는 약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정 청장은 "어느 정도 검사, 검토가 진행되면 (2주 정도) 전이라도 판단하겠다“며 ”최대한 62세 이상 고령층 대상 접종 일정은 계획된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끔 관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질병청은 22일부터 시작되는 임신부 및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과 기존 2회 접종 대상자에 대한 예방접종이 모두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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