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능력주의(meritocracy)란 학력이나 학벌, 연고 따위와 관계없이 본인의 능력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려는 태도를 말합니다. 흔히 학벌이나 연고는 따지지 말고 능력이 있으면 된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능력주의를 벗어나라는 말은 생경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다소 과소 평가하는 것으로 들리겠지만 조직이 아닌 개인의 경우, 개개인의 능력의 편차는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학력이나 학벌이 높으면 그걸로 어떻게든 해보려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능력으로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능력을 개발해서 갈고 닦는 동안에 세상이 급변하기 때문에 자칫 열심히 준비한 능력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능력주의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신만의 필살기나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바로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강요하듯 우리 사회가 콘텐츠를 찾아내라고 강요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필자가 3년반 째 강의 하고 있는 서울시 50플러스 1인창직 과정 수강자들을 첫시간에 만나면 어김없이 자신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찾아내느냐고 궁금해 합니다. 필자의 대답은 간단합니다. 콘텐츠 찾기를 우선순위 처음에 놓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오히려 콘텐츠 보다는 무슨 보람과 가치 있는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마스터 키(master key)를 열심히 연마해서 세상이 어떻게 변해도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을 키우라고 조언합니다.

능력주의 함정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마치 금전 만능주의에 젖어버린 사람에게 다른 어떤 말도 소용이 없듯이 말입니다. 물론 능력이 필요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열심히 학습하고 경험해서 능력을 키워야죠.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능력으로 말한다면 필자가 과거에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살았습니다. 그러다 20년 직장생활을 마감한 후 대여섯 가지 직업을 경험하면서 깨달았습니다. 필자처럼 특별한 능력이 없는 사람도 이타심으로 무장하고 꾸준히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과정을 통해 기쁨을 맛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자리에 와 있다는 겁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시간이 꽤 걸립니다. 하지만 세상에 어디 쉬운 일이 있긴 하던가요?

목표가 뚜렷하면 가는 길이 보이기 시작하고 동기 부여가 확실하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샘솟는 기쁨이 넘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능력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누가 봐도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어느 포지션에 이르게 됩니다. 의식을 하든 안하든 상관없이 주변에서 인정해 줍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남다른 아우라(aura)가 생겨나게 됩니다. 유튜브 방송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시작을 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하나같이 무슨 콘텐츠로 시작할지 모르겠다고 대답합니다. 이게 바로 전형적인 능력주의 함정에 빠진 경우입니다. 이제라도 그 함정에서 제발 빠져 나오기 바랍니다. 그대신 과연 무엇을 추구하며 살것인가 목표를 정한 다음 다른 사람의 유익을 구하는 삶을 실천해 보십시오. 그러면 능력주의를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비결입니다.

▲정은상

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http://macarthurschool.com

저작권자 © 소셜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