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타임스=김승희 기자]

정부 또는 공공기관과 체결한 물품 계약에 대해, 해당 물품의 품귀로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경우 ‘면책’이 가능할까.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마스크 납품 계약 체결했으나 이행하지 못한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안종화)는 A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계약 해지를 당하고 입찰 제한 처분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다.

선관위는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선거과정에 필요한 마스크를 단기간에 공급받기 위해 한 달 전인 3월 A사와 방진마스크 물품구매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A사는 납품을 약속한 41만4,200개 가운데 극히 일부인 4,000개만을 공급했다. 선관위는 A사에 계약 해지와 함께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내렸고 계약 보증금 7,800여만원의 국고 환수도 통보했다.

이에 A사는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과 계약보증금 환수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A사는 "마스크 공급처인 B사가 대금의 30%를 받고 여러 차례 ‘이미 확보한 물량이 있어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확약을 했으나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며 "다른 경로로 계약을 이행하려 했지만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방진마스크의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이 발생해 부득이 물품을 납품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사는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부득이 납품을 못헀고, 그동안 관공서 계약을 못 지킨 적도 없었는데, 선관위 처분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사도 총선에 쓸 마스크를 적절한 시기에 공급해야 한다는 점을 알았지만, 미숙한 업무 처리와 안일한 대응으로 계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선관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 체결 당시 상황을 비춰볼 때, 마스크의 수요와 공급이 코로나19의 확산세, 대중의 공포 등으로 인해 요동치는 현상은 더는 불가항력적 변수로 치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해당 계약은 총선 약 1개월 전부터 진행될 각종 절차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마스크를 적시에 공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원고는 계약 당시부터 자신의 채무가 적시에 이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A사 측의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국가계약법 제27조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 또는 이행을 하지 않을 때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한다. 동법 시행령 제76조는 부정당업자의 경우 1개월 이상 2년 이하의 범위에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계약보증금 국고 귀속과 관련해서는 국가계약법 제13조 3항과 동법시행령 제75조에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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