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칼럼] 결핍을 에너지로
[정은상 칼럼] 결핍을 에너지로
  • 정은상
  • 승인 2021.03.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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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결핍(缺乏,lack)이란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라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결핍은 상대적입니다. 절대적인 잣대로 결핍을 잴 수는 없습니다. 결핍은 눈에 보이는 부분과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나눕니다. 보이는 결핍은 눈에 쉽게 나타나지만 보이지 않는 결핍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본성에는 비교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더 많이 가지려고 합니다. 인간의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없습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은 언제나 돈이 더 필요합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은 더 높은 지위를 향해 끝없이 도전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어느 정도 성취했으니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남의 일입니다.

조금 부족하면 겸손해집니다. 돈이 조금 부족하면 열심히 일을 하게 됩니다. 지식과 지혜가 조금 부족하면 공부를 더 하게 됩니다. 체력이 조금 부족하면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합니다. 친구가 조금 부족하면 좋은 친구를 사귀기 위해 자신을 돌아봅니다. 매사 풍족하면 거기서 멈추지만 조금 부족하면 도전할 용기가 생깁니다. 부모를 잘 만나 재물이 많으면 세상이 모두 돈으로 보입니다. 풍족하게 가진 사람은 그것을 지키는 일에 함몰하게 되고 다른 사람을 돌아보지 못합니다. 약간 부족하고 이타심이 있으면 더 행복해집니다. 건강을 위해서도 음식을 포만감이 들 때까지 먹지 않고 위에 빈 공간을 조금 남겨둡니다. 음식을 만들 때 양념이나 소스도 약간 부족하면 채울 수 있지만 지나치면 버려야 합니다.

부족함이 없으면 인간은 점점 교만해집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은 최근 그의 저서 <휴먼카인드>에서 권력은 가장 위험한 마약이라고 단언합니다. 권력은 사람을 마비시키고 결핍을 참아내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다가 결국 권력을 가진 사람은 부패합니다. 권력을 가지면 겸손하기 어렵습니다. 세상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하려고 칼을 함부로 휘두릅니다. 그러다 나중에는 스스로 칼에 베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엄연한 사실입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목적은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그러나 권력의 역사는 유사 이래 교만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조금 부족하면 다른 사람을 자신보다 낫게 여깁니다. 반대로 부족함이 없으면 안하무인이 됩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결핍을 두려워 합니다. 자신에게는 없지만 남에게 있으면 빼앗으려 합니다. 그 결과 개인이든 국가든 늘 다툼이 일어납니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잘 난 사람과 못 난 사람, 똑똑한 사람과 멍청한 사람, 모두가 뒤섞여 살아가는 것이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이치입니다. 도시화는 이런 결핍을 더욱 부추깁니다. 계급이 나누어지는 것도 양극화도 모여 살기 때문에 생깁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매일 아침 우리는 부족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일어나 종일 무언가를 열심히 하게 됩니다. 결핍을 원망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결핍이 있기 때문에 발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끊임없이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조금 부족함 때문입니다.

▲정은상

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http://macarthur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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