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

배움의 길은 끝이 없습니다. 겸손한 자는 어디서 누구에게나 배웁니다. 교만한 자는 배우기보다 자만심에 빠져 남을 나보다 낫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책을 통해 선각자들을 만나고 젊은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담금질하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후 대인기피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두문불출하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연일 뉴스와 대중교통 방송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을 가급적 하지 말라고 하니 자의반 타의반 이제 만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줌이나 웹엑스 등 화상회의 도구들을 적극 활용하고 비대면 세미나 혹은 강연을 자주 들으면 그나마 최소한의 인간관계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괴테는 자기보다 한참 어린 요한 페터 에커만(Johann Peter Eckermann)과 천 번 이상 만났다고 합니다. 괴테는 에커만을 만나면서 자신과 먼저 만나고 가슴으로 에커만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배움이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뜨겁게 만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괴테의 만남은 가르침을 위한 만남이 아니라 배움의 만남이었습니다. 이는 에커만이 지은 괴테와의 대화 1,2권에 잘 드러납니다. 괴테와 에커만은 서로에게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말이 아닌 가슴으로 진정한 소통을 했습니다. 에커만은 자신의 부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괴테는 가르치지 않고 함께 배운다는 마음으로 에커만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했습니다. 지적 수준을 나타내기 보다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멘토와 멘티의 관계였죠.

필자는 지난 10년 동안 450명을 코칭 했습니다. 그중 250명은 일대일로 코칭을 했고 나머지 200명은 그룹으로 코칭을 했습니다. 코칭의 내용은 백세 시대에 어떤 직업을 찾아 평생직업으로 삼을 것인가였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코칭을 했던 필자가 그들로부터 훨씬 더 많이 배웠다는 겁니다. 정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다양한 성격의 소유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코칭을 한다고 했지만 실은 그들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었습니다. 코치는 말로 그들을 설득해서 코치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자기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길잡이(path-breaker)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필자의 성격과 딱 들어맞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필자는 매주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했습니다. 단체로 만나기가 어려워 일대일 또는 소그룹으로 만났습니다. 또한 거의 매주 줌(zoom)으로 전국 또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과 만났습니다. 얼마 전부터 줌바세(줌으로 바꾸는 세상)이라는 프리미엄 강연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격주 간격으로 저자들을 모셔서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입니다. 참가자들은 강연을 듣고 저자의 책이나 커피 쿠폰을 선물로 받기도 합니다. 겹치지 않는 격주 토요일에는 글로벌 장애인포럼에 참가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줌으로 모여 격의 없이 강의를 듣고 서로 대화하는 모임입니다. 미래는 배우는 자의 몫입니다. 배우려면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부지런히 만나야 합니다.

▲정은상
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http://macarthur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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