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국민소통방식인 출근길 문답이 돌연 중단됐다. 대통령과 언론매체들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답답해서 2000년 출판된 미국의 전설적인 백악관 출입기자 헬렌 토머스의 취재기 ‘백악관의 맨 앞줄에서’를 책꽂이에서 꺼내 다시 읽었다. 뺄 것도 덧붙일 것도 없겠다. 헬렌의 경험담이 녹아 있는 다음의 인용문들을 따라 가 보자. 해법이 있을 것이다.

“날카로운 질문을 퍼부어야 하는 기자이지만 외교적인 면에서는 품위 있게 보이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지면 누구든지 품위를 내팽개치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질 것이다.” 기자의 숙명이다.

1963년7월 한 기자가 케네디 대통령에게 물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는 당신을 대통령으로서 매우 ‘실패작’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했습니다. 당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회견이 생중계되는 것을 최초로 허락한 대통령인 케네디는 화를 내지 않았다. 보좌진이 나서 말싸움을 벌이지도 않았다. 케네디는 위트 있게 이렇게 대답했다.

“아마 그 결의문이 만장일치로 통과 됐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헬렌은 증언했다.
“어느 대통령도 진실로 언론을 좋아 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언젠가 카터 때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조디 파웰에게 카터대통령이 우리를 그다지 좋아 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자 그가 반문했다.  "어떤 정상적인 사람이 올바른 정신으로 기자들을 좋아 하겠는가?”

미국 대통령들은 기자들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프랭크린 루스벨트는 그를 취재했던 기자와 사진기자들을 위한 사진에 ‘당신들의 헌신적인 희생자로부터’라고 사인한 적이 있다.

존.F.케네디는 신문기사에 대해 ‘나는 더욱 많이 읽고 덜 즐긴다’고 했다.

리차드 닉슨은 각료회의실에 들어온 기자와 사진기자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당신들이 들어 올 때 우리가 공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우연의 일치입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은 “하느님은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그들을 용서한다”고 말했다.

산디니스타들이 온두라스 국경에서 보도용 헬리콥터에 사격을 가했을 때 로널드 레이건은 시니컬 하게 이렇게 말했다.
“수많은 사람 중에는 좋은 자들도 있지”

조지 부시는 백악관을 떠난 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백악관에 있을 때는 ‘언론의 자유’를 믿었으며 지금 나는 ‘언론으로부터의 자유’를 믿는다”

클린턴 대통령은 조깅 할 때 왜 언론이 항상 자동차로 따라 다니는지를 한 친구가 묻자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은 내가 넘어져 죽기를 원할 뿐이다”

“저널리즘에 대해 묻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만일 당신이 사랑 받는 존재가 되고 싶거든 기자 직종에 끼어들지 말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통령들은 우리가 24시간 몸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참고 견디어 주었다.”

역시 전설적인 칼럼니스트인 월터 리프만은 기자회견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불완전할지라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특권이 아니고 민주주의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헬렌 토머스는 말한다.
“대통령으로 하여금 자신의 정책과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는, 의회에 의한 탄핵기회가 많지 않은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는 언론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에게 특별한 역할이 주어진다. 대통령 기자회견이라는 공개 토론회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고 비판하는 것이 그것이다. 미국 헌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으나 미디어는 때때로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을 억제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통령 기자회견은 대통령을 피고석 혹은 증인석에 세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민을 대신해 언론 매체들이 대통령의 정책을 신문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부디 대통령실은 헬렌 토머스의 경험들을 곱씹어 보기 바란다. 백악관 출입만 40여년을 한 관록의 여기자가 쓴 책 속에는 소제목만 봐도 대통령실의 구미를 당길만한 내용이 수두룩하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썼다.

‘대통령과 기자들의 진실 싸움’ ‘백악관 공보관들의 빛과 그림자’ ‘대통령 비행기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대변인의 망발, 국가가 휘청인다’ ‘백악관의 안주인들’ ‘대통령, 거짓말하지 마세요’ ‘대통령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긴 안목을 가져라’ 등등.

“지난 8년동안 당신들과 나는 서로 도왔다. 나는 당신네들이 대통령 관점에서 본 뉴스를 전달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당신들은 자신이 깨닫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이 나라 국민들이 생각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전달해 주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백악관 출입기자들과의 만찬에서 한 말이다. ‘양방향 통로로서의 언론’ ㅡ트루먼이 대통령과 언론 간의 이상적인 관계를 제시해 주고 있다.

<전 서울신문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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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맨 앞줄에서’: 헬렌 토머스 지음 /한국여성어론인연합 공역/도서출판 답게(2000년5월 출간) Helen Thomas 1920~2013.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이라고 불린 언론인이다. 1943년 UPI통신에 입사해 50여 년간 기자로 활동하였다. 1961년부터 여성 기자로는 처음 백악관에 출입하면서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 1917~63) 대통령을 시작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역대 10명의 미국 대통령을 취재하였다. 항상 백악관 브리핑 룸 맨 앞줄에 앉아 취재했기 때문에 이곳을 '토머스의 지정석'이라고 불렀으며, 기자회견 마지막에 "감사합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라고 인사하는 것으로 유명하였다.(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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