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급커피맛은 320원짜리 인스턴트”

한 신문사가 20~30대 직장인 6명에게 커피전문점들의 아메리카노 커피와 동서식품의 인스턴트 원두커피를 블라인드 테이스팅(blind tasting)한 뒤 나온 결과라며
기사를 싣고 뽑은 제목이다.
                                                
인스턴트 원두커피가 가장 비쌀 것 같은 커피로 꼽혔고 입맛에 제일 잘 맞는 커피부문에서는 2위를 차지, 종합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식이다.

많은 커피전문가들이 고개를 저었다. 어떤 이는 신문을 구기고 아예 돌아앉기도 했다. 기사에 대한 옳고 그름은 여론 속에서 반드시 드러날 것이라고 믿고 따지지 않겠지만, 종종 이런 시도들이 나오는 만큼 좋은 커피란 과연 무엇인지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세상에는 3종류의 커피가 있다. ‘좋은 커피’와 ‘나쁜 커피’, 그리고 ‘좋아하는 커피’다. 바로 이 ‘좋아하는 커피’가 가끔 말썽을 피운다. 자극적이며 담배 찌든 냄새가 나도 “진해서 좋다”거나, 눈을 찡그릴 정도로 시더라도 “산도가 훌륭하다”며 기쁘게 마시는 분들이 있다.

‘나쁜 커피’를 좋다고 마시는 사람들 때문에 ‘좋아하는 커피’라는 장르가 필요했다,
이런 분들로 인해 ‘나쁜 커피’가 ‘좋은 커피’가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커피학도들이 밤을 지새우며 훌륭한 커피를 찾아내는 미감을 키우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의 이런 열정은 좋은 커피를 확산시키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의미 있는 문화운동이 아닐 수 없다.

한 잔의 커피가 좋은지 아닌지를 판별하기 위해 세계적 커피석학 케네스 데이비즈
(Kenneth Davids)는 △기본적인 맛으로서 단맛(Sweetness)과 쓴맛(Bitterness) △산미(Acidity) △혀에 닿는 느낌(Mouthfeel/Body) △코와 혀로 감지하는 향기(Aroma)/향미(Flavor) 등 4가지의 잣대를 적용해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풍미 평가에서 세계 최고의 경지에 달한 그도 좋은 커피를 더 잘 가려내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우마미(Umami)’라는 잣대를 추가로 꺼내들었다.

그는 우마미를 영어로는 ‘세이보리(Savory, 맛있는)’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우마미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외의 ‘제 5의 미각’을 말하는데, 우리말로는 맛이 좋은 느낌’ 쯤으로 번역된다. 일본에서 처음 나온 학설인 만큼 사케 Sake)의 풍미를 표현하는데 요긴하게 쓰이는 용어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잔의 커피를 만났을 때, 이렇게 접근하면 유익하다. 커피는 로스팅을 했기 때문에 쓴맛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따라서 단맛을 찾는데 집중한다. 단맛은 커피의 긍정적인 맛이다.

그런데 커피의 단맛이라는 것이, 음식에 넣는 소금 같아서 있을 때보다는 없을 때 알아채기 쉽다. 단맛은 튀는 신맛과 쓴맛을 감싸준다. 이것은 혀가 물리적으로 느끼는 마우스필과는 다르다. 산미평가도 중요하다.

커피는 체리의 씨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신맛이 있다. 감귤처럼 강한지, 복숭아처럼 부드러운지 그리고 단맛과 어우러지면서 기분 좋은 느낌을 자아내는지를 살핀다. 마우스필 중엔 감미로움 뿐 아니라 혀의 조직이 수축이 될 때 나오는 떫은맛(Astringency)도 중요하다.

지나치면 곰팡이 같은 느낌을 주지만 적절하면 산미를 인상적으로 만들어준다. 커피의 향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니 생략하겠다. 각각의 덕목이 좋다고 해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좋은 커피가 될 수 없다. 이것을 균형미라고 한다. 커피는 감성이다. 그래서 끝없이 추구할 수 있는 그 무엇이다. 그렇다고 ‘모자라는 커피’를 좋다고 말해선 안 된다. 그렇게 하면 커피가 주는 행복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박영순/ CCA커피비평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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