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이에게 고객은 독자이다. 강연하는 이에게 고객은 청중이다. 물건을 파는 이에게 고객은 구매자다. 고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헛다리를 짚게 된다. 고객을 먼저 파악하고 준비하고 다가가라. 고객이 무엇을 보고 듣고 싶어하는지 알면 공감과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글을 쓴다면 지속적으로 글을 읽는 독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얼마나 글쓴이에게 공감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10년이 넘도록 창직칼럼을 실은 주간 뉴스레터를 발행하는데 이것은 독자의 피드백을 파악하는데 아주 좋은 툴이다. 가끔씩 만나는 독자들이 한마디씩 건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고 나서부터 꾸준히 시도해온 일이 하나 있다. 엄마가 늘 보호자로 집을 지킬 나이도 지났으니 이제부터는 한 달에 한 번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나겠노라고. 나름 큰 결심이었다. 전에는 늘 동행이 필요했다. 여행을 좋아하니 만나는 사람과도 기회만 되면 여행을 가자고 꼬드기는 게 버릇이었다. 가족과도, 친정 식구와도, 친구들과도 언제나 먼저 여행을 계획했으니 자연스럽게 가이드 노릇까지 맡아야 했다.처음엔 그것마저 즐겁더니 점점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같이 간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할까 봐 눈치
컴퓨터가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손글씨가 사라져 가고 있다. 손글씨는 문화다. 그 문화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다시 손글씨가 돌아오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속도를 우리에게 선물로 안겨주었다. 개발새발 보기 싫은 글씨를 다양한 폰트로 예쁘게 바꿔놓았다. 그러나 동시에 손글씨를 쓰기 위해 연필을 깎고 노트에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생각하며 글 쓰는 낭만과 멋을 앗아가 버렸다. 인지신경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필경사들과 교사들은 이미 수백 년 전에 언어와 운동 신경망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하늘을 쳐다본다고 키가 크진 않아장미꽃에 기댄다고 빨간색이 될 수 없어키 작다고 서러워마라화려한 빛깔이 아니라고 아쉬워마라 너는 너만의 매력이 있어애쓰지 말고 욕심부리지도 말고소박하지만 사랑스러운애기똥풀 꽃
개념설계 concept design란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실행 implementation은 그 다음 단계이다. 건축을 할 때 개념설계가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설계를 해야하거나 실행 단계에서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 창직은 개념설계에 해당한다. 평생직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창직을 하고 난 다음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패스트팔로잉fast following 작전이 통했다. 다시 말하면 개념설계를 누가 했던지 상관없이 앞선 기업이나 기술을 빨리 따라잡기만 하면 대량생산의 실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앞선 기술을 체화해서 자신의
3년 전부터 갑자기 만남이 뜸해졌던 친구로부터 오래간만에 전화가 왔습니다. 그녀는 살아가는 일에 대한 미학적인 시선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인 생활감각을 놓치지 않던 친구였습니다. 늘 가치에만 집착하다가 종종 경제관념조차 희미해져버리는 저에게 자주 경종을 울려주기도 했었지요. 그렇다고 제가 그녀의 충고대로 변하지는 못했습니다. 사람이 어디 옳은 말을 들었다고 금방 자기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존재던가요.그녀는 십 수 년 째 한 주일에 한 권씩 고전과 명작을 밥 먹듯이 뚝딱 읽어내는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문학인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애
옥수수 철이다. 국민간식으로 불리는 옥수수는 맛과 영양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좋다고 알려졌다. 국수, 카스텔라, 아이스크림, 막걸리 등 옥수수를 이용해 만든 식품도 다양하다. 지금은 간식으로 자리 잡았지만 우리 조상들은 끼니를 때우고 허기를 면하기 위해 먹는 음식이었다.옥수수의 원산지는 멕시코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는 곡물이다. 남아메리카 콜롬비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는 주식이다. 말라위는 극심한 가뭄에 옥수수를 생산하지 못하면 굶주린 국민들이 폭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북한도 주곡으로 삼는다. 논농사보다 옥수수 농사가 더
오지랖통신이라는 이야기신문을 발행한 지 벌써 4년째입니다.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출판사 편집기획실에 근무하다가 결혼 후에는 일상 수다만으로 살았습니다. 막내가 유치원에 들어가니 어느 정도 여유 시간이 생기더군요. 아는 사람 권유로 민주언론연합이라는 시민단체에 들어갔습니다. 배운 공부를 사회로 되돌려 주려고요. 돈이나 권력에 휘둘려 공정한 보도정신에 위배되는 기사가 얼마나 있는지 모니터하는 일을 맡았어요. 동네 어린이도서관에서 신문반 선생님으로 자원봉사도 했어요. 기자단 아이들이 직접 자신들의 목소리로 신문을 낼 수 있도록 기획 취재
나는 내가 만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가 나를 결정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먹고 입고 어디서 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얼핏 극단적인 표현 같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로 자신을 설명하는가하면 어떤 사람은 지금 어떤 포지션에 있다는 말로 그게 바로 자신이라고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 것이라며 지금이나 과거가 아닌 미래의 자신을 기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 어떤 설명도 우리는 맞다거나
밤송이를 닮아 가시를 품었을까솜털을 닮아 보드라울까세상은 늘 그렇듯보이지만 보지 못하는 것도 있어 가슴에 품은 열정어디로 날아가 희망의 꽃피울까바람이 불면
요즘 저는 엄마의 경력을 살려 자기 일을 찾은 50플러스 선배 주부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가정 관리와 육아가 오롯이 아내들 몫이었던 시절, 여성 대부분은 결혼을 앞두고 양자택일을 강요받았지요. 밖으로 나갈 것이냐, 집으로 들어앉을 것이냐를 두고 말이에요. 직장 다니는 엄마는 온전히 가정에 헌신하지 못하는 죄책감에 시달렸고, 집에 있는 엄마는 전통적인 어머니도 아니면서 경제력까지 없는 것 때문에 자괴감에 시달렸지요.대놓고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이 두 가지 다른 감정을 가지고 살아온 직장 엄마와 전업 주부 사이의 감정의
디아밸은 필자가 만든 용어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밸런싱을 뜻한다. 최근 워라밸이 유행하고 있다. 워킹과 라이프 즉, 일과 삶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그동안 우리는 일에 너무 함몰되어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삶의 질도 생각하며 살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조화는 매우 우리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디지털을 건너 스마트 세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마치 아날로그는 진부하고 뒤떨어진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우리가 평생 추구하는 행복은 디지털보다는 아
소명의식을 잃어버린 19세기 러시아 종교, 보드카를 섬기다. 검은 옷의 사제들이 흥청망청 마시며 질펀하게 즐기고 있다. 사제들의 피둥피둥 살찐 기름기가 화폭 전체를 가득 메운다. 진정 섬겨야 할 하늘의 신은 뒷전에 두고 챙기지 않아도 되는 주(酒)신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사원 바닥을 나뒹굴고 있다. 주注신 사랑이 열렬하다.그림 왼쪽에 앉아있는 사제는 채워지지 않는 술잔을 안타까워하며 술병을 열지 못하는 하인을 질책하며 재촉한다. 술병을 열지 못해 안간힘을 쓰는 하인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 이 만찬에 빠져서는 안 될 보랏빛 드레스의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고 드러내기 싫어한다. 그래서 화장을 하고 업적을 과시하고 남들 앞에서는 거창하게 자신을 소개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힘들고 심지어 등을 돌려버리는 상황을 만나기도 한다. 진솔하게 자신의 연약함을 낱낱이 보여줄 때 상대방이 더 가까이 다가오게 된다. 연약함을 자랑하는 대표적인 분이 바로 필자의 사부인 고정욱 작가이다. 그는 소아마비로 인해 두 다리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288권의 책을 쓰고 일년에 300회나 전국을 휘젓고 다니며 강연
아이들이 크는 속도를 갑자기 위협적으로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아이에 비해 저는 늘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으니까요. 하긴 그 정도로 급속하게 늙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거나 입에 갖다 대고 쭉쭉 빨고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세상을 집어삼킬 것처럼 자라나는 아기를 보면 어영부영 살고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기도 해요.이젠 불혹(不惑) 지천명(知天命)을 거쳐 이순(耳順)의 나이까지 코앞에 와 있는 데 아직까지 날마다 갈팡질팡 울화가 치미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만
마법의 묘약 보드카, 러시아 인들은 술을 사랑한다.'오늘 마실 수 있는 것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를 인생의 모토로 끊임없이 마신다. 러시아에서는 술 사러 보냈을 때 보드카를 한 병만 사 오는 사람을 바보라 정의하고, 하루가 자유로워지는 방법으로 아침부터 보드카 마실 것을 권한다.“러시아에서 400킬로미터는 거리도 아니다.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다. 영상 40도는 더위도 아니다. 그리고 알코올 도수 40도의 보드카 4병은 술도 아니다.”이렇게 도수 40도의 보드카 4병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러시아인들은 정말 대 주가다. 러시아 인들
블로그 원년 멤버로 시작하여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에 글을 써온 지 20년입니다. 처음에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소통이 마냥 신기해서 재미가 더 났었던 것 같아요. 나의 생각을 오롯하게 끝까지 써놓을 수 있는 공간, 그렇게 올린 글을 누군가가 읽고 공감이나 댓글로 생각을 이어갈 수 있는 사이버 상의 대화야말로 현실 세계에서는 도저히 이룰 가망이 없는 ‘커뮤니케이션의 진수’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말문이 열리자마자 남들의 뜬금없는 참견에 막히고, 맥락 없는 옆 친구의 지방방송에 휩쓸려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게
7월은 사랑의 계절파아란 하늘은 내 마음이고푸르른 냇물은 네 마음인걸날개짓 요란떨어 부지런히 맴돌며네 곁을 날고 또 날아너를 유혹하는 나는어느 숲 시냇가의 물잠자리
회사 인간company man이란 용어가 있다. 회사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회사가 기대하는 모습을 갖추려고 애쓰며 회사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인간을 말한다. 그런데 더 이상 이런 회사 인간은 없어진다. 그건 한번 회사에 입사하면 평생직장이 된다고 믿었던 70,80년대 전설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과거 회사 인간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회사에 걸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고 회사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라도 냈다. 군대식 명령과 복종만 존재했던 회사 인간의 삶에서 개인의 삶은 그야말로 사치였다. 가정도 회
장마처럼 오락가락고장난 시계 추처럼 왔다 갔다이웃나라에서 들려오는이랬다 저랬다 일편단심 무궁화가빛나는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