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만 전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과정을 함께 공부하는 CEO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 모임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참석자 모두에게 작은 선물이 주어졌다. 여기에 더해 몇 명의 참석자가 기증한 선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선물은 참석자 모두에게 돌아가지 않는 숫자였다. 진행자는 분배 방법에 대한 신통한 아이디어가 없었는지 테이블당 몇 개씩 안겼다.

우리 테이블에도 몇 개의 의류와 스카프가 주어졌다. 진행자가 선물을 들고와 건네는 순간 너도나도 서로 가져가려고 팔을 뻗었다. 사람은 11명인데 선물은 5개. 서로 낚아채듯 챙기는 모습이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가 먹이감을 사냥하는듯 했다.

전리품을 챙긴 참석자들은 민망하거나 미안하거나 정당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쟁취감을 느끼는 듯 했다. 그 중 한명만 손에 잡은 물건을 들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 했다. 그 자리에 조장도 있었지만 상황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정부지원금 새는 소리가 들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개로 사립유치원 비리가 곪아터진지 1개월이 되었으나 해결책은 커녕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사립 유치원의 보조금 부정수령, 아이들에게 써야할 돈을 일부 원장이 사적으로 사용한 부정행위 등이 우리 사회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유치원 원아 수를 허위로 보고하고, 교사 경력을 허위로 작성하고, 부당하게 원비를 인상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부정하게 지원금을 받아 가로채기도 한다.

사립유치원이 비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조사내용에 따르면 그동안 감사는 2325개 유치원에서 6908건, 316억618만원이 적발됐다. 지도점검에서는 5351개 유치원에서 9214건, 65억8037만원이 적발됐다.

비리 유치원이 적발돼 제재를 받으면 이들은 헌법소원까지 불사한다. 보조금 반환과 어린이집 폐쇄, 자격정지 처분에 대해 “극단적인 조치까지 할 수 있게 하는 법에 대해 재산권과 직업(사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헌재는 2016년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해당 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제재가 적법하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5일 사무장병원 90곳을 적발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들의 부당이득금은 5812억원에 이른다. 사무장병원은 올해만 180여곳이 적발됐다. 지난해 대비 47.3%나 늘었다. 지난 10년간 1550곳이 적발됐고 이들의 부당이득금은 2조 7000억원이 넘는다. 해마다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문재인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공평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 취임 1년6개월. 과연 우리 사회에 잘 적용되고 있는가.

아무리 사적인 모임이지만 참석자들의 동의도 없이 ‘먼저 가지는 사람이 임자’라는 식으로 작은 이익을 위해 하이에나가 되고, 소위 우두머리격인 조장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입을 다물었다.

소시민도 아닌 한 회사를 운영하고 이끌어가는 CEO들의 행동이다. 5개의 물건을 11명이 나누어가지는 방법에 대해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게 토론하고, 그 방법을 공정하고 깨끗하게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부당함이 없이 정의롭게 나누어졌다면 참석자 모두가 만족했을 것이다. 이 작은 해프닝 하나가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았다.

이제 더이상 정부지원금이나 보조금을 마치 ‘눈먼 돈'으로 인식하고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가 되어서는 안된다.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물론 강력한 후속 조치가 나와야 "이게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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