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온기가 그리운 계절입니다.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로 몸이 움츠러들고 마음은 얼어붙는 듯 합니다. 거리마다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하지만 왠지 썰렁한 느낌이 다가옵니다. 날씨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서울 광화문 근처를 지나다가 빨간색의 구세군 자선냄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여유와 웃음기라곤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어쩌면 애써 외면하는 듯 보이기도 했습니다. 날씨 때문인지 불경기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텅빈 자선냄비와 얼어붙은 거리가 한 겨울의 썰렁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추위에도 종소리만큼은 얼지 않고 울려 퍼졌습니다. 종소리를 듣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열매가 있었습니다.

올챙이 알처럼 알알이 익은 꽃사과입니다. 지난 가을 서울 도봉산 아래서 이 꽃사과의 유혹에 이끌려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꽃사과는 한 송이의 열매도 아름답지만 여러 송이가 모인 다발은 정말 탐스럽고 화려합니다. 상큼하고 청량한 느낌은 하루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는 듯 합니다. 요즘 같이 미세먼지로 뒤덮인 세상에서 산소 같은 열매가 아닐 수 없습니다.

줄기에 달린 꽃사과는 ‘사랑의 열매’를 닮았습니다. 사랑의 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상징하는 희망의 아이콘입니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구세군 자선냄비와 함께 사랑의 열매를 많이 보게 됩니다. 특히 정치인이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어김없이 사랑의 열매를 옷깃에 달고 매스컴에 등장합니다. 우리 눈에 더이상 낯설지 않은 모습입니다.

사랑의 열매가 3개인 것은 나와 가족 이웃을 나타내며, 빨간색은 따뜻한 사랑, 하나로 모아진 줄기는 더불어 가는 사회를 의미합니다. 이 열매는 우리나라 야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산열매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나무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호랑이가시나무 백담나무 산호수 앵두 등에서 유래했다는 얘기가 떠돕니다.

우리 사회의 '온기 바이러스'인 사랑의 열매가 그 어느 나무보다 꽃사과에서 유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꽃사과의 꽃말이 유혹이기 때문입니다.

유명 인사들이 사랑의 열매를 마치 훈장처럼 달고만 다닐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를 새길 수 있도록 유혹해 주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몸이 점점 추워집니다. 사랑과 온정의 불길을 지펴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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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연 / 객원기자 photographer 

-교육부 교육과정심의회 창의적체험교과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도봉구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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