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상 창직칼럼] 3분 세상
[정은상 창직칼럼] 3분 세상
  • 정은상
  • 승인 2019.01.17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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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부른다. 스마트폰을 유리감옥이라고 한다. TV만 열심히 보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하루종일 스마트폰에 얼굴을 쳐박고 산다. 과학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지만 보편적인 인간은 모두 생각하는 방법을 잊어버린채 3분 세상 속에서 갇혀 살고 있다. 이미 세상은 파편화되어 적어도 3분에 한번씩 우리의 행동을 방해한다. 잠시도 곁에 스마트폰을 두지 않으면 불안해 견디지 못한다. 오죽하면 요즘 아이들에게 최고의 벌은 스마트폰을 빼앗는 것이라고까지 하겠는가. 아이들만 그런게 아니다. 어른들도 자제력을 잃고 3분 세상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산다. 마약보다 더 강력하다. 우리의 생각을 통제하는 거대한 힘을 송두리째 앗아간 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세상에서는 그나마 심리적인 여유라도 있었다. 일과 쉼의 구분이 비교적 뚜렷했다. 물론 그 속에서도 일과 휴식을 분간하지 않고 마구 뒤섞어 일중독에 빠진 사람들이 많았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 스스로 그런 생활을 과시하듯 자처하고 다녔다. 필자도 한때는 그랬다. 가정은 물론 휴양지에까지 노트북을 가져가 일을 해대는 워크홀릭들이 많았다. 현대인은 너무 바쁘다. 왜냐하면 보고 들을 게 너무 많고 하고 싶은 일이 도처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정작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어졌다. 그저 닥치는대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반드시 봐야 할 뉴스나 동영상이 아니지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지하철에서 직장에서 집에서 길거리에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산다.

문제의 심각성은 3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데 있다. 집중력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꾸준히 갈고 닦아야 한다. 그런데 독서를 하다가도 수시로 울려대는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열어보고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를 수시로 보고 이동 중에도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듣는다. 페이스북에 자신이 올린 글에 누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는지 궁금해서 수시로 열어보고 전세계 25억 명 이상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지금까지 한번도 듣고 보지 못했던 것을 우연히 보게 된다. 이렇게 파편화된 우리의 시간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 필자도 2009년말 아이폰3를 구입한 후 정말 스마트폰에 빠져 살았다. 올해 들면서 독서에 집중하기 위해 스마트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두세 시간씩 스마트폰을 비행기모드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금단현상처럼 쉽지 않다. 여전히 힐끔힐끔 스마트폰을 쳐다보기도 한다. 전쟁은 계속될 것이다. 이 시대 최고의 문명의 이기라고 하는 스마트폰이 가져다 준 혜택이 많지만 일상의 파편화와 같은 폐해도 적지 않다. 날선 칼이 요리하는데 필수이지만 때로는 흉기로 변할 수도 있음을 깨닫는다. 지하철에서 간혹 독서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왠지 반갑다. 빠르기만 해서는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많이 보기만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검색보다는 사색이 낫고 사색보다는 글을 써야 한다. 멀티태스킹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때때로 여유를 갖고 천천히 생각하며 걷는 슬로우워킹이 요구된다. 3분 세상을 벗어나야 한다. 30분이나 300분을 집중할 수 있는 인내심을 길러야 한다.

[ 창직학교 맥아더스쿨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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